“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마블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나온 명대사다. 만화에 처음 등장한 이래, 수차례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영화판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인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맥락으로 흔히 쓰인다.

설령 스파이더맨이나 슈퍼 히어로물의 팬이 아니더라도 기억에 담을 만한 말이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누군가가 큰 힘을 갖고 있다면, 대신 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의 원리이기도 하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큰 힘에 따르는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삼성전자 이사회에 한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큰 힘에 따르는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삼성전자 이사회에 한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에 단 한차례 참석했는데, 집행유예로 풀려난 시점이 2018년 10월이란 이유가 있긴 하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 등은 이사로 재직한 회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0% 또는 10% 미만에 그쳤다.

재벌 총수일가 일원들이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맡는 사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기업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차라리 등기이사직을 맡아 상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게 맞다. 물론 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총수일가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출석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경영상 책임 이행이라는 거대한 이슈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기업 경영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겠다면, 등기이사직을 맡고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해야한다. 모든 중소기업인들이 경영상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고 있는데, 대기업 총수들에게 이 책임을 면해줄 이유도 없다. 실제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조그마한 중소기업도 아니고 상장사를 비롯해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총수들이 그런 식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용납되는 사회도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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