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파 차라리 외면하고 싶었다. 꽃망울이 터져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날. 그 날은 ‘슬픈 노랑’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물들였다.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는 마음을 안고도,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잊지 않겠다는 다짐뿐이었다.

모두가 내 탓은 아니라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61명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며 두려움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시신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구조과정에서 무능·무책임으로 일관했던 청와대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마저 방해하라고 지시했다. 영혼조차 없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은 진실은폐에 가담했음에도, 상부 지시라는 이유로 지금껏 사죄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 또한, 그동안 숱한 사회적 참사를 대해온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참사 유가족인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그 날’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주범 18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구조 가능했던 1시간40분 동안 대기지시로 퇴선을 막음으로써 304명의 목숨 줄을 끊어놓고도, 지금껏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이다.

유족들을 향해 ‘징하게 해 먹는다’는 자유한국당 전 의원 차명진, ‘세월호가 징글징글하다’는 문자메시지를 공유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정진석. 세월호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슬픔에 대한 공감과 미안함은 고사하고 유족들은 물론 희생자들까지 욕보였다. 차라리 지금까지 그들이 했던 것처럼 “그 입을 다물고 있으라” 말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의 재난대책 시스템을 믿지 못하게 된 국민들은, 길을 가다가도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수학여행도 축소하고 체험활동의 기회도 줄였다. 그나마 고성산불 진화과정에서 실효적인 재난대책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면, 다소 위안이 되고 불안이 좀 덜어질까.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잊으라는 말도 잔인하다. 유가족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어떤 보상도 내 자식을 대신할 수 없다. 치유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우리가 기억하겠다는 것은 슬픔만을 간직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미처 마련하지 못했던 안전장치 미비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각오다. 사고 걱정없이 소풍을 가고 수학여행도 가며, 일상의 행복을 당연하게 느끼는 안전한 사회가 되었을 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까.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이에게 5년 전 오늘, 많은 언니 오빠들이 안타깝게 그들의 엄마 아빠와 이별해야했던 날이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묻는다. “그때는 대통령이 누구였어요?” 그때 네가 광화문광장에서 손 팻말을 들고 물러나라 했던 그였다고 말했다. 이제 세상은 그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도 말해줬다.  또 그래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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