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며 처벌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했다. <사진=박주민의원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SK케미칼 등 관련기업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며 처벌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23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입법청원에는 피해자와 시민 등 1618명이 동참했다.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본격화된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비롯한 국회 청문회 때마다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가해업체 관계자들은 증거인멸과 함께 위증을 일삼아 왔다는 혐의가 최근 검찰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위는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활동했다. 특위가 개최한 청문회에는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습기살균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업체 대표들이 출석했다. 최근 이들 업체의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재개되면서 일부 인사들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가습기넷은 “가해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원료물질의 흡입 독성을 알지 못 했다, 연구 자료가 없다, 자료를 잃어버려 구할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으로는 이를 처벌할 수 없어 입법청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에서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진술을 하면 본회의 또는 위원회가 고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이 끝난 이후 이뤄진 고발은 적법한 고발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가습기넷은 “각종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종료된 이후에야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위증죄를 고발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회 청문회에서 가해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관계자들이 가해기업의 위법행위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는 위증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국회증언감정법이 정하고 있는 소추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위증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입법청원서에 따르면 가습기넷은 특별위원회 활동기한이 종료된 이후에도 위증을 한 자에 대해 고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 20인의 연서를 조건으로 고발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국정조사특위가 종료된 사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칙 추가 등의 요구도 청원서에 담겼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가습기 살균제 사건…속속 드러나는 증거조작
• 관련기사 ㅣ “가습기살균제 조사 ‘반의 반쪽짜리’ 수사에 불과”
• 관련기사 ㅣ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SK케미칼·애경 다시 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