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빌보드 200’ 1위와 ‘핫 100’ 8위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 트와이스는 새 앨범이 해외 다수의 나라 아이튠즈 앨범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케이팝은 이제 반짝 인기를 넘어서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 직접 진출해 활동을 하면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직접 진출과 무관하게 한류와 케이팝을 접한 해외 팬들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케이팝 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1000억원대의 수출산업으로 성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영호 한터차트 대표이사는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케이팝산업발전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음악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케이팝의 실제 음반 판매량이 올해는 2000만장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음반 판매 매출액만 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곽 대표에 따르면, 한터차트가 집계한 실제 음반 판매량은 2010년 319만5760장 수준이었으며, 총 판매량 중 수출 비중은 10% 이하였다. 그러나 2012년 500만장을 넘어선 음반 판매량은 2016년 800만장을 넘어섰고, 2017년 1292만8602장, 2018년 1596만9861장으로 급성장을 했다.

<자료=한터차트, 그래픽=이창호 기자>   ©중기이코노미

음반 판매량 증가와 함께 수출 비중도 크게 늘어, 올해는 수출 비중이 50%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19일 현재 이미 약 150만장이 수출됐다. 음반으로만 1000억원 이상의 수출을 하는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게다가 케이팝 산업의 수익구조가 음반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해외 음원판매, 해외공연, 굿즈 등 제품 수출 등 케이팝 산업으로 인해 직접 발생하는 경제효과 규모도 상당하다.

케이팝 스타에 대한 관심이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94개국에 1800개가 넘는 한류 동호회가 결성돼 있고, 전체 회원수는 8919만명에 이른다.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중심이지만, 과거와 달리 이들을 실체없는 존재로 치부할 수 없다. 공동구매와 해외직구 등을 함께 하면서 음반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데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어 언제든 다른 한국제품의 소비자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저작물 창궐, 산업 걸림돌 될 수도=곽영호 대표는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한 케이팝 산업이 최근 불법 저작물로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의 저작권 침해여서 대응도 쉽지 않다.

일례로 2018년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더무비’가 개봉됐다. 2017년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과정을 담은 영화로, 스크린 상영이 끝난 다음 유튜브에서 유료 콘텐츠로 독점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테인먼트의 공식 숍에서도 구매할 수 없고, DVD로 제작된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가 칠레의 최대 케이팝 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칠레 개봉 당시 입장료가 5000 칠레 페소였는데, 현재 이 영화에 대한 불법 복제품 판매가는 2000 칠레 페소에 달한다. 업체가 상당한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불법 복제품이 판매되는 등, 중남미 적지 않은 나라에서 불법 복제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케이팝산업발전협회는 공동으로 ‘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23일 국회에서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음반뿐만 아니라 케이팝 산업과 콜라보를 통해 탄생한 유관 산업들도 불법 복제의 피해를 입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제작에 참여한 BT21이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인 BT21은 2017년 10월 출시 이후 메신저 스티커를 시작으로 액세서리 등 각종 굿즈에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T21 캐릭터를 불법으로 사용해 제작된 제품들도 중남미의 각종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라인프렌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3월 칠레 특허청에 BT21의 상표권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방탄소년단과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에 해당하는 얘기다. 

곽 대표는 “IP 출원에서 등록까지 1건당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 대형 제작사가 아닌 중소 제작사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