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서울시는 2013년 3월 협동조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최초로 ‘서울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정비했다. 서울시의 조례와 기본계획은 이후 다른 지방정부의 조례와 기본계획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된지 만 6년이 지났지만, 조례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조례내용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동조합 운영과 관련해 변화된 환경을 반영해 협동조합 조례를 재평가하고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가 24일 개최한 ‘협동조합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서울시는 가장 먼저 협동조합과 관련해 다양한 고민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며 “하지만 2013년 제정된 조례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치로 정책이 이뤄져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측면이 많다. 이제는 다양한 유형과 업력의 협동조합을 포괄하는 맞춤형 정책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기준 서울에는 총 3564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협동조합 3205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 25개, 사회적협동조합 359개,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5개다.

조례 따르면 3차 기본계획 수립돼야…현재 1차에 그쳐 조례 위반 

김 소장은 현재의 협동조합 환경과 맞지 않는 조례규정으로 제5조를 지목했다. 제5조는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게 3년마다 협동조합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명시했다. 2013년 조례제정과 함께 1차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조례대로 한다면 2016년 2차, 2019년에는 3차 기본계획이 수립돼야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7년 2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결과를 수령했음에도, 아직까지 2차 기본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2차 기본계획과 사회적경제 5개년계획과의 관계 등을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입안과 발표 모두 지체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김 소장이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조례 의무조항을 3년이상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사회적경제 2.0 비전을 선포했다. 김 소장은 사회적경제 2.0과 현저히 차이가 나지 않는 내용이라면, 기본계획을 발표해 연차별 계획수립의 기준으로 삼아야한다고 했다. 

실태조사 규정 있지만 시기, 목적 등 모호

또 조례 제5조는 매 3년마다 협동조합기본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규정했지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 시행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실태조사 실시 주기, 시기 등이 빠진 채, ▲기본계획의 수립 시행을 위함 ▲협동조합 정책 개선방안 모색 등 실태조사 목적만을 적시했다.

김 소장은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조례가 제정된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시가 협동조합 실태조사의 전형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제6조 제1항을 “시장은 기본계획 수립 및 정책개선 방향 모색의 근거자료로 삼기 위해 협동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본계획 수립과 실태조사의 선후관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앙자 모두 매 3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상담 기능 사라진 ‘상담지원센터’, 현실에 맞게 ‘지원센터’로 바꿔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는 24일 ‘협동조합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상담지원센터의 명칭과 역할을 바꿔야한다고 지적도 했다. 조례 제8조는 상담지원센터의 설치·운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협동조합 조례가 제정된 2013년 3월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협동조합이 신고를 시작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에는 상담지원센터의 주요 기능은 협동조합 설립과 관련한 對시민 홍보였다. 

하지만 조례 제정 후 6년이 경과한 현재, 상당수 협동조합이 설립됐으며 업력 4~5년이 넘어가는 협동조합도 많아졌다. 이에따라 상담지원센터는 조례 개정없이 ‘지원센터’로 개칭하고, 업무도 협동조합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으로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조례와 행정사무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따라 김 소장은 조례개정을 통해 센터의 명칭을 상담지원센터에서 지원센터로 변경하고, 센터의 기능도 확대해 설립 중심에서 다양한 생존주기 협동조합 전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제도는 생물이라며 실효성 있고, 영향력 있는 제도로서 작동하려면 변화되는 여건에 따라 지속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도가 현실과 적합하지 않으면 빠르게 피드백해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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