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조7000억원대 추경예산안을 편성, 24일 발표하면서 ‘미세먼지·민생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미세먼지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자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있는 조치일지 의문을 표한다.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면 예산을 늘려 해결할 수 있다. 예산이 적절한 곳에 배정되지 못했다면 사용처를 바꿔 해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 문제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다. 불신을 자초한 건 다름 아닌 정부, 특히 담당부처인 환경부다. 

최근 여수산단에서 LG화학공장이 대기오염물질을 기준치의 15배나 배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측정업체로부터 받은 측정기록부에는 실제 측정값의 170분의 1이 기재됐다. 2015년부터 4년간 측정대행업체 4곳이 235개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 조작 또는 허위 발급한 측정기록부가 1만3000건이 넘는다.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1667건에 이르고, 한 업체는 배출허용치를 173배나 초과했다. 

산업단지는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환경임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 첫 번째 충격이다. 문제가 된 기업 중 LG와 한화라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포함됐다는 점도 문제다. GS·롯데·금호석유화학 등도 2차 조사대상이어서 문제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산업단지내 대기오염물질 관리와 달리 미세먼지 측정은 배출원도 다양하고, 양상도 복잡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추적관리가 훨씬 어렵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9월기준 대기오염 측정망은 전국에 568개소가 있으며, 이 중 미세먼지 경보에 활용되는 도시대기측정망은 전국 322개소다. 추경예산안에는 측정망을 늘리고 공장굴뚝에 자동측정기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신뢰회복이다. 

신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 대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비판적인 평가를 불식시킬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근거없는 행정불신이라고 억울해 알 입장도 못된다. 대기오염물질 관리에 구멍이 나 분노한 시민들이 관련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형편이다. 미세먼지 관련 대책 시행과 함께 정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회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시민들에게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특히 주무부서인 환경부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한다. 이건 어떤 정부부처의 행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관리에서 드러난 허점을 뒤늦게나마 발견하고 추가조사와 더불어 기업들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이지만, 외양간마저 손보지않아 거듭해 소을 잃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미세먼지 문제에서도, 이번 외양간 고치기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