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등록금을 관행적으로 남겨온 대학들에게 수백억원의 국비를 지원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대학 교육역량 강화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과 사립전문대학 12개 학교의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교비회계상 교육비 규모가 등록금 수입보다 적어 등록금을 관행적으로 남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들의 2012년 평균 이월금은 220여억원에 달했으며, 등록금 수입 대비 이월금 규모도 53.6%에 달했다. 반면 교원보수, 교내장학금, 연구비 등이 전체 대학평균에 밑돌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들 중 5개 대학에게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교육역량 강화비 223억여원을 지원해왔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등록금 인하와 교육비 지출 확대 요구, 재정지원 삭감 등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의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규정에는 대학이나 법인, 교직원 등의 부정·비리가 확인된 경우 지원대상에서 배제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비리를 저지른 학교 14개교에 386억원이 부당지원됐다. 2012년에도 9개교에 196억원이 부당지원되는 등 비리를 저지른 학교에 부당지원된 사업비는 582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학의 비리정보를 보유한 교육부가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대학교육협의회에 대학들의 비리 정보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리학교에 부당지원을 하는 등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비가 부실하게 집행되는 동안 사업비를 지원받은 대학들의 교육지표는 오히려 하락했다.
교육역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지원대상에 선정된 54개 대학의 교육지표는 오히려 악화됐다. 분석대상학교 전체의 장학금 지급률은 지원받기 전보다 0.47% 하락했고, 재학생 충원율 역시 0.53% 낮아졌다. 전임교원확보율은 분석대상 학교 중 26.7%가 하락했고, 학점관리지수는 44.4%, 취업률은 27.8%의 학교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역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3년연속으로 지원받은 대학들의 지표가 이 정도라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의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70%를 넘어서고 있다. 대학교육이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부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을 관행적으로 남겨온 대학들에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퍼주고도 이에 대한 사후관리는 부실하다. 사립대학들에 배임·횡령 등 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이런 비리를 저지르고도 정부지원금을 아무 탈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하겠다. 학교운영에 학생과 교수 등 대학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등 내부적 견제장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관리감독마저 부실하면 대학발전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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