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중소상공인 단체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2월 CU본사인 BGF리테일 앞 농성 현장. <사진=CU상생협약비상대책위원회>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를 육성해 교섭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를 주제로 개최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연속토론회 ②‘에서 김남근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이러한 주장을 담은 ‘중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를 발표했다. 

재벌중심 체제로 임금격차 커지고 中企·자영업자 소득하락 

김남근 위원장은 ‘재벌중심 경제체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동시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소득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독립적인 자영업자가 대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대리점 형태의 종속적인 자영업자로 전락했고, 이들도 불공정행위를 겪으면서 소득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법제도를 통한 규제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을 통해 감독 및 단속 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이 단체를 구성해 대기업과 집단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교섭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단체를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이 납품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기업에 공동으로 납품하면서 협상력을 높였다. 1990년대에 1500개 이상의 업체가 한 180여건의 공동행위를 중소기업 카르텔로 인정했다.

외국에선 단체교섭 보편화, 국내에선 공정거래법 상 불가능

일본에서도 부품중소기업이 협동조합으로 집단화돼 있고, 이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납품협의를 진행한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서 중소기업 협상력의 원천은 중소기업단체이고, 공동행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2일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를 주제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공동행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19조 단서에서 정한 공정위의 인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중소기업의 공동행위가 인정된다. 하지만 김남근 위원장은 공정위가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인가해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한국과 유사하게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교섭은 허용한다.

중소기업 협상력을 강화하는 해법으로 공정거래법 제19조를 개정, 중소기업단체 등이 대기업과 상생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하는 집단교섭에 부당공동행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법 개정이 어렵다면 하도급법상 납품단가 협상, 상생법상 성과공유제 협상, 초과이익공유제 협상 등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집단교섭을 공정위가 공동행위로 인가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대안도 가능하다.  

교섭력 차이 보완할 해법 필요…골목상권 진출 규제 체계화

중소상인에게 교섭을 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해도, 대기업과의 교섭력 차이로 교섭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하도급법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대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는 납품대금 조정제도가 도입됐다. 가맹·유통 표준계약서에도 가맹점주단체에 가맹수수료 인하 등에 대한 협상권을 명시했다. 그러나 법에 따른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주단체, 하도급기업단체 등 중소기업단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규제 역시 보다 체계화해야한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대형마트와 같은 대기업유통점이 원칙적으로 상업지역에만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도시계획 규제를 통해 골목상권을 보호한다. 유통종사 노동자들의 건강권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규제와 휴무일제도 역시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입법과정에서 FTA 위반 여부 등의 논쟁이 반복되면서 규제가 적절한 형태로 도입되지 못했다.

김남근 위원장은 대규모유통점을 규모에 따라 4000㎡ 이상, 1000㎡ 이상, 1000㎡ 이하 등으로 나눠 각각에 맞는 규제를 적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가 도시계획 입안 시점부터 초대규모점포 진출을 사전점검하고, 규모제한 등을 통해 주변상업지역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적합업종제도는 동반성장위원회 주선 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를 하는 제도다. 대기업이 합의과정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적합업종 지정 후에도 사업이양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문제된다. 따라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특별법을 통해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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