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철폐 얘기를 꺼냈다.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는지는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한 일부 게임의 경우 여전히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구매자가 열어보기 전까지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유료 아이템을 말한다. 랜덤박스 또는 캡슐형 유료 아이템이라 불리기도 한다. A라는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A, B, C, D 중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를 사야한다. 원치 않은 아이템이 나올 경우 구매를 되풀이해야한다. 운이 좋은 소비자라면 큰 지출 없이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비용을 들이고도 원하는 아이템을 못살 수도 있다. 시판 중인 적지 않은 게임에서 중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해 소비자에게 반복적인 구매행위를 유도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2018년 4월 공정위는 게임회사 3곳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넷마블은 2016~2017년 사이 ‘몬스터 길들이기’ 게임에서 1% 미만이라고 아이템 뽑기 확률을 표시했으나, 실제 확률은 0.0005~0.008%에 불과했다. 넥스트플로어는 2016년 당시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특정 아이템 획득확률을 1.44%로 표시했는데, 실제 확률은 0.9%였다. 

외국에선 이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벨기에는 모든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했고, 네덜란드 역시 일부 게임에 규제를 가했다. 미국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금지법안 발의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 역시 관련법안이 수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게임업계 반발 등으로 자율규제로 결론이 났다. 이후 민간기구인 한국게임산업협회가 2015년부터 확률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 강령을 시행한다. 

그러나 앞서 공정위 조사결과는 모두 자율규제 시행 이후 나왔다.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인 2018년 게임산업협회가 자율규제 강령을 강화했다지만, 2019년 지금도 일부 게임에서 표시된 확률이 실제와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거나, 표시된 확률을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 불만도 쏟아진다.

게임업계가 자정노력에 끝내 실패한다면 법적 규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 안전이나 환경 규제는 자율에 맡기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입되는 규제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다. 소비자 보호 역시 마찬가지 분야다. 게임업계가 진정 규제철폐를 바란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는 노력부터 보여야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