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화(萬山紅花)’. 5월의 산자락엔 선홍빛 융단이 깔려 있다. 산허리를 붉게 물들인 철쭉이 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이어진 산을 화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봄 산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하늘정원으로의 초대다.

모든 길이 하늘로 이어지는 산골 여행

모든 길이 산비탈을 따라 하늘로 이어지는 산골에 봄이면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신동읍에 있는 두위봉(1466ｍ)이다. 두위봉은 산 모양새가 두툼하고 두루뭉실하여 주민들은 두리봉이라고도 부르는 산이다.

두위봉 철쭉 군락   ©상상출판

맑은 날이면 투명한 햇살 아래 철쭉들이 눈부시게 화사한 모습이고, 분홍 주단같은 철쭉 위로 희뿌연 안개가 덮이거나 구름이 흐르는 장면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상상출판

5월 하순이면 두위봉은 갑자기 화장을 시작해 푸르른 신록을 허리에 껴안는다. 정상 근처의 연분홍 철쭉이 도시의 멋쟁이 처녀처럼 화사하게 치장을 한 듯한 분위기를 낸다. 맑은 날이면 투명한 햇살 아래 철쭉들이 눈부시게 화사한 모습이고, 분홍 주단같은 철쭉 위로 희뿌연 안개가 덮이거나 구름이 흐르는 장면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정상 주변은 장군바위 등의 기암과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과 철쭉이 어울려 인상적이다. 철쭉은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연분홍으로 피지만, 두위봉의 철쭉은 주변에 커다란 나무들이 없고, 군데군데 커다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다른 곳의 철쭉보다 더 붉고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두위봉이 철쭉 명소로 부각된 것은 불과 10여년전, 사북 주변의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부터다. 수만평이 넘는 지대에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철쭉이 알려지면서 명소가 됐다. 절정기 때는 너른 봉우리 주변이 마치 연분홍 양탄자가 깔려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남쪽을 제외하고는 서·북·동쪽으로 태백선 철도가 감싸 돌아가기 때문에 철도를 이용한 산행 코스가 잘 발달한 것도 특징이다. 신동읍 방제 함백마을, 무릉리 증산마을, 사북읍 사북리 도사곡마을이 산행 들머리로 이용된다. 산행 코스는 함백마을을 출발해 단곡계곡과 감로샘을 지나면 아라리 고개가 나온다. 두위봉을 유명하게 만든 철쭉 밭은 아라리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자미원역에서 정상에 오르기 바로 전에 있다. 능선을 따라 철쭉길이 이어지고,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형성된 급경사면을 따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특히 정상 부근에는 다양한 약재용 식물과 곰취, 곤드레 등의 산채가 많이 나 꽃구경에 산나물을 채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아득한 풍경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랑의 기억을 땅에 묻어두면 그 사랑의 온기가 지속될까? 그 해답으로 보여주는 게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타임캡슐을 묻어두는 장면일 것이다. 주인공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가 소나무 아래에 타임캡슐을 묻으면서 2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전지현. 그러나 타임캡슐에 묻어놓은 사랑이 변하지 않은 까닭인지 이모(양정금 분)의 소개로 재회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해발 700m 이상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가꾼 풍경도 이색적이다.   ©상상출판

두위봉을 내려와 굴다리 갈림길에서 3km 정도만 올라가면 타임캡슐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아름다운 곳이 있다. 마을길을 따라 20분쯤 달린 후에 만나는 풍경은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장쾌한 산맥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나무가 서있는 것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영화처럼 경사진 고갯마루에 잘 생긴 소나무가 서 있는데, 실제로 ‘엽기적인 그녀’를 본 연인들이 찾아와 영화처럼 소원을 적은 타임캡슐을 묻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서로의 사랑을 묻은 소나무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능선들은 둘만의 사랑을 지켜주는 것처럼 새비재를 포근하게 감싼다. 마치 무중력의 진공상태에 들어선 것처럼 묘한 감흥과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선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영화촬영지로 유명세를 탔지만 한적한 오지여서 한적한 객창감을 만끽할 수 있다. 해발 700m 이상에서 재배하는 고랭지 배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가꾼 풍경도 이색적이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산바람을 맞으면 정말 신선이 따로 없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 보장된다.  

강줄기를 따라가며 동강의 속살 탐미

여행 일정이 여유 있다면 예미역이 있는 신동읍에서 가까운 동강을 만나보자. 예미삼거리에서 태백 방향으로 좌회전해 300미터 가량 가면 고성리 이정표와 함께 고성리로 들어서는 도로가 나온다. 강변길 중간에 휴식도 취할 겸 강물소리에 귀도 적실 겸해서 억조식당(033-562-3437)에서 쏘가리 매운탕에 더위를 날려 보내는 것도 좋은 휴식이다.

가수리는 7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동강을 지치고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옥색 물빛은 마음속에 쌓아 둔 복잡한 속세의 때까지 씻어내며 흐른다. 가수리 부근에서는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낚시꾼들이 많다. 동강에는 쏘가리, 꺾지, 어름치, 쉬리 같이 1급수에만 사는 물고기들이 수시로 입질하기 때문이다.

동강의 절경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무당소, 소사나루, 연포마을 등이 뱀의 허리에 감춰진 듯 살짝살짝 드러낸다.   ©상상출판

이 길을 따라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가다 보면 신동읍 운치리에 이르고, 이곳에서 강줄기와 작별하고 고성리로 들어서면 아담한 고성분교 뒤쪽으로 고성산성이 동강을 굽어보고 있는 전망 포인트와 만나게 된다. 고성분교 바로 옆으로 난 산길을 10분 정도 쉬엄쉬엄 오르면 성곽이 마중을 나온다. 고성산성에서 굽어보는 동강의 절경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무당소, 소사나루, 연포마을 등이 뱀의 허리에 감춰진 듯 살짝살짝 드러낸다. 동강은 이렇듯 세월을 구절양장으로 흐르는 강줄기에 감추며 흐르는 가경에 취할 수 있고, 성곽을 비끼며 다가오는 산바람에 여유를 부려보는 또 다른 맛이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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