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가 올랐을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가격결정 통제력’에서 벗어나 단가를 인상할 수 있도록 중개기관이 있어야 하며, 단계별 공급원가 연동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용록 인하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16일 개최한 ‘연동 표준원가 필요성과 추진방안 토론회’에서 ‘공급원가 연동 적정 표준원가 적용 필요성과 여건’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기업집단은 수직계열화와 전속거래를 통한 준폐쇄적인 기업생태계를 확장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고수익을 창출하고 성장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의 고착화된 전속거래로 인해 협력업체는 비용상승분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지 못하고, 단가인하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구조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중개기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원가상승 불구, 中企 단가에 적절히 반영 못해=최근 미국의 이란 석유수입 금지에 이어 한국 정부의 석유세 일시면제 종료에 따른 원부자재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이러한 원가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단가에 이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기업의 경우 납품단가 결정 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해주고 있으며, 연말 예상수익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면 이윤분배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경제는 외형위주, 수출위주, 대기업위주의 지원정책으로 하청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취약해져가는 경제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후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와 다각화로 대기업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분기 대기업은 사상최대 이익률(8.39%), 중소기업은 최저수익율(4.13%)을 보여 최대폭의 격차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산업연구원은 10인 이상 제조업체 6만776개사 중 1만8000개사인 26.6%가 1·2차 전속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하청기업들은 위탁기업의 납품가 인하 압박과 원자재 공급 대기업들의 불합리한 공급가격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원가인상을 반영한 법·제도 현실적인 한계 있어=하청기업이 하도급대금이나 납품단가에 원가인상을 반영할 제도적 장치들은 이미 마련돼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6조의 2에 따르면 설계변경, 원재료의 가격변동 및 공급원가 가격이 변동됐을 때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저임금 변동, 임금상승 등으로 인한 노무비 변동과 기타 경비의 경우는 지난해 7월부터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 및 협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공포돼 7월 시행 예정인 개정 ‘상생협력법’에서는 수·위탁거래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인건비, 경비 등 공급원가가 변동돼 납품대금 조정이 필요한 경우 수탁기업은 위탁기업에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공급원가가 일정기준 이상으로 변동되고 수탁기업이 원할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납품대금 조정을 위탁기업과 협의할 수 있다. 이밖에도 보복행위 금지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손해액의 3배 이내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한편, 대금 감액 등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이 부담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6일 개최한 ‘연동 표준원가 필요성과 추진방안 토론회’에서는 원가가 올랐을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가격결정 통제력’에서 벗어나 단가를 인상할 수 있도록 공익적인 중개기관이 있어야 하며, 단계별 공급원가 연동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구조적 한계도 지적했다. 수탁기업은 위탁업체와의 갑을 주종관계에 있어 원가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등 불이익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다. 위탁업체의 입장에서는 상생의 인센티브가 전무한 상황에서 원가연동제 시행을 도의적 혹은 솜방망이 처분에 의존하고 있어 참여의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특히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는 개별기업이 직접 또는 협동조합을 통해 신청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심리적·실질적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등) 안에 ‘원가연동 지원팀’ 다시말해 원스톱 서비스 중개기관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수탁업체의 가장 큰 실질적인 진입장벽은 정보 및 전문인력의 부족이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원가연동 지원팀의 자문과 지원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원청업자로부터 보복이 두려운 위탁업체의 경우,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원가연동 지원팀의 공익적인 권위와 전문인력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와함께 중기중앙회의 ‘표준원가센터’가 중심이 돼, 특정요인에 대한 모듈형 표준원가 인상 모델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수탁기업의 원가연동제 참여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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