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는 메이저리거, 나는 그저 동네 아저씨. 체포하니 감옥에 갔을 뿐”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엊그제 세계은행 강연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반정부 활동으로 15년 가까이 감옥생활을 한 전력을 놓고 “중남미의 만델라”라고 부른 한 청중을 돌려세운 답변이었다. “신비화 말자”는 말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지도자 중의 한 명이다. 버젓한 대통령 관저는 노숙자 쉼터로 내놓고 본인은 몬테비데오 근교 허름한 시골집에서 산다. 봉급의 90%를 기부하는 대신, 트랙터로 밭을 갈고 꽃을 키운다. 장터를 기웃거리며 꽃을 팔아 ‘부수입’도 챙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BBC가 잡은 이 제목은 이제 무히카의 인격, 그리고 우루과이의 국격을 대변하는 문구가 됐다.

그런가 하면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향해 “성질 더러운 할망구”에 “노새처럼 고집불통”이라고 했다가 된통 설화(舌禍)를 겪기도 했다. 아르헨티나가 우루과이 주재대사를 소환하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아르헨티나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탯줄 라플라타강을 나눈 사이다. (이번 파장이) 우리를 가깝게 할 것”이라며 유들유들 능청을 떨기도 했다. 그다지 점잔을 부리는 기색도 없고, 투사 출신답게 험한 말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무히카 대통령은 우루과이 국민성이 가진 매력을 응축해 보여주는 ‘국가대표’라는 평을 듣는다. 욕심도 조바심도 겉치장도 부리지 않는, 간결함, 소박함, 여유로움 같은 것들이다. 넥타이 없는 대화. 넥타이도 다림질도 없는 꾸깃꾸깃한 셔츠를 고수하는 무히카 대통령을 초청한 이번 세계은행 행사의 제목이다.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정했고, 많이 소유하기 위해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그의 발언이 영혼 없는 클리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는 이번 세계은행 강연에서 최근 10년간 우루과이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5.5%를 ‘분배정책’의 공으로 돌렸다. 같은 기간 노사가 논쟁과 합의를 반복하며 임금을 54% 올렸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열심히 일만 해서 잘살기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잘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발언은, 성장률이라는 ‘수치’보다는 그것을 향유할 ‘사람’을 향하는 그의 눈길을 그대로 따라잡는 말이다.

군부독재에 대항한 게릴라 출신인 그도 (시각에 따라서는) 몇 번이고 ‘변절’을 감행했다. 중도좌파의 정치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외인투자 유치를 위한 세금감면이나 시장개방 같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편 것은 그 중 하나다.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는 최근 고백은 군부독재에 항거한 게릴라였던 자신의 과거를 빗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 말을 ‘무저항 비폭력’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돈이 있다면, 전비(戰費)가 아닌 빈곤퇴치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동성결혼과 낙태는 물론 마리화나까지 합법화한 그의 진보적 정책에 역사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전임 바스케스 대통령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2차투표에서, 그것도 득표율 52%로 턱걸이한 그에게 우루과이 민초들이 어떤 속내를 드러내는지 알 길도 없다. 그래도 단언컨대, 우루과이가 살짝 부럽다. 우리 곁에서 함께 늙어갈,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하는 ‘재미있는’ 대통령이 있다면, ‘라플라타강의 기적’쯤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하긴 그가 우루과이의 거울이듯, 지도자는 국민이 만든 것이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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