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교에서 학생 두 명이 총기를 난사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가 있었다. 당시 언론들은 총기를 난사한 학생들 집에서 발견된 록밴드 마릴린 맨슨의 앨범에 주목했다. 마릴린 맨슨의 음악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연주회 자리에서는 반대집회가 열릴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첫 번째 취해야 할 조치는 총기사용에 대한 규제다. 그러지 않고 총기사고의 원인을 록음악에 돌리는 것은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의 대상은 록음악 뿐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게임인 GTA 시리즈는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폭력적인 콘텐츠가 많이 담긴 탓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게임에게 떠넘겨도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정서도 실재한다는 얘기다.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과도 같은 분위기에 게임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21일 MBC 100분토론에서 이에 대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예방 시민연대’ 김윤경 정책국장은 방송에서 “온라인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로는 사교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MO RPG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보건 등의 현상에 대한 연구와 실험이 이뤄진 게 2000년대 중반이다. 오프라인 사회관계와 차이점은 분명 있지만, 온라인 인간관계에서도 사교성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한다고 해도, 게임하는 모든 사람들을 환자취급하는 것은 물론 난센스다. 그렇다고 게임에 과몰입한 사람들이 겪어야하는 고통 또한 부정할 수도 없다.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을 우리가 잠재적인 알코올 중독자로 보지 않듯이 게임 또한 건전하게 여가활동으로 즐기는 사람이 대다수”라면서도 “게임에 과몰입해 고통받는 극단적인 사례들은 보건의학계가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양측이 귀기울여야 할 얘기다. 

쟁점은 ‘게임중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세 등 판정기준과 의료진의 치료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여부다. 이는 전문적인 의학연구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다. 비전문가들도 물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연구결과가 판단의 첫 번째 근거여야 한다는 점이 게임중독 논쟁의 전제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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