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한국은 2017년 이미 총인구에서 65세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진행속도 역시 세계 최고로, 통계청에 따르면 2067년에는 고령인구 부양비가 102.4명이다. 2067년이면 노동자 한 사람이 고령인구 한 사람 이상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심각성이 더해가는 노인빈곤 문제에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없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이상 소득 최하위(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5만4700원, 전년동기 대비 2.5% 줄었다. 반면 같은기간 2인이상 전체 가구(1~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6000원, 전년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1%를 제외한 99% 모두가 힘들다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특히 빈곤층인 1분위 가구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난 통계수치다. 

1분위 가구의 팍팍한 현실은 노인빈곤 문제와 직접 맞닿아있다. 1분위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63.4세, 가구원의 70%가 65세이상 노인이기 때문이다. 가구원 대다수가 취업취약계층인 1분위 가구의 취업자수는 평균 0.65명, 2~5분위 가구 평균(3.21명)과 비교 자체가 안된다. 1분위 가구원수가 평균 2.30명, 2~5분위 평균(3.21명)보다 0.91명 작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그렇다. 단순화하면, 1분위 가구주인 ‘노인’ 1명이 월 법정최저임금(174만5150원)의 70%(125만4700원)를 벌어 1.3명을 부양한다. 반면 2~5분위 가구주인 ‘50대초반 가장’은 482만6000원의 소득을 올려, 2.21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2인이상 가구만으로 대상으로 해, 독거노인 가구의 소득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노인가구 빈곤의 실상은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획기적인 소득보전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1분위 가구와 2~5분위 가구 간 소득·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평균연령이 63.4세인 1분위 가구원이 노동시장을 통해 추가소득을 얻기에는 한계가 너무 분명해서다. 반면 2~5분위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53.4세, 노동시장에서 임금경쟁력이 가장 강한 50대초반이다. 게다가 고령화·저출산 추세에 따라 1분위 가구주·가구원의 평균연령은 더 높아지고, 2~5분위 가구주의 평균연령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는 1분위 가구의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론 희망의 단초도 제시했다.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125만4700원)은 전년동기에 비해 2.5% 감소했지만, 지난해 4분기 감소폭(-17.7%)과 비교하면 대폭 개선됐다. 또 지난해 1·2·3분기 감소폭이 각각 8.0%·7.6%·7.0%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1년 내내 지속돼온 1분위 가구의 소득급락세가 멈췄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울러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3만2900원, 전년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2.1%·1.2% 감소했음에도, 처분가능소득을 끌어올린 건 공적이전소득이다. 전년동기 대비 31.3% 증가한 공적이전소득(월평균 24만2900원)이 1분위 가구에 지원됨으로써, 여전히 미흡하지만 1분위 가구의 숨통이 텄다. 공적이전소득이란 국민연금, 기초연금, 사회수혜금(아동수당·실업급여 등 현금으로 받는 복지급여), 세금환급금 등을 말한다.

1분위 가구가 올해 1분기에도 절대적 빈곤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빈곤탈출 가능성을 보였다. 소득주도성장론 철학을 가진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공적이전소득 규모가 커졌고, 수혜 대상자도 늘어서다. 노인 가구원이 대부분인 1분위 가구가 주로 받는 공적이전소득은 소득 하위 20%가 받는 노인기초연금이다. 기존 2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인상된 덕에 소득하락폭을 최소화했지만, 상승세로 반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1분위 외 2분위·3분위 서민가구에 투입한 공적이전소득 규모도 컸다. 올해 1분기 2분위·3분위 가구에 지원한 사회수혜금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87.1%·44.0% 증가했다. 이에따라 2분위·3분위 서민가구 모두 소득이 증가했다. 지난해 2·3·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2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올해 1분기 전년동기 대비 상승세로 반전해 4.4% 증가했다. 같은기간 3분위 가구 소득도 5.0% 늘었다. 1분위 빈곤가구와 2·3분위 서민가구의 소득여건이 개선됨으로써,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5.8배로 전년동기 대비 0.15배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소득에서 5분위 배율은 9배이상 차이가 났지만, 정부가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해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이 5.8배로 좁혔다.

1분위 가구 및 노인가구의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한다. 소비성향이 특히 높은 1분위 빈곤가구와 2·3분위 서민가구의 가처분소득을 늘여줘야만, 이들의 소비여력이 커지고 나라 전체의 경제활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 ‘2019년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우리사회 계층간 극심한 소득격차를 완화하는데,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가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아울러 노인가구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사회계층간 소득 및 자산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소득주도성장론임을 보여줬다.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라도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돼야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