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산단지역의 기업들이 미세먼지 물질 발생수치를 허위조작한 사실이 적발돼 공분을 샀다. 이는 허술한 규제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며, 따라서 사업장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규제와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호 한서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강병원 의원이 24일 개최한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1978년 제정된 환경보전법의 사업장별 배출시설관리인 자격기준이 1993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완화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가 유명무실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측정대행사업자의 부실한 자격이 조작사건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여수산단 기업들 미세먼지 배출량 속여=지난 4월17일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 배출량을 속인 여수산단 지역의 기업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사업장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사건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김종호 한서대학교 교수는 “1978년 제정된 환경보전법의 사업장별 배출시설관리인 자격기준이 1993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완화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중기이코노미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매주 1회~반기 1회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해당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스스로 측정해 배출 수준을 자율적으로 확인하고 적절한 대책을 취할 수 있도록 정확히 측정해야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측정대행업체의 대기측정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대기오염농도를 측정하거나, 1인이 하루 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의 경우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 아니라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도 확인돼 측정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공모로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사례는 4253건으로 확인됐다.

◇완화된 배출시설관리인 기준, 실효성 없어=김종호 교수에 따르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은 사전에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돼야 한다. 또,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업장에서는 배기가스의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보고해야 한다.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는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설을 면제받으며,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부과금을 내야한다.

이와함께 사업자가 배출시설 종류와 기능에 따라 배출시설관리인을 임명해야하며, 배출시설관리인은 환경오염 방지시설의 정상가동으로 배출허용기준에 적합하도록 해야한다. 이에대한 업무일지를 작성해야함과 동시에 자가측정은 정확히 해 자가측정기록부에 사실대로 기록해야 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1978년 제정당시에는 ▲1종:고체연료 사용량 1만톤/년 이상, 평균 폐수배출량 3000㎥/일 이상 사업자에는 공해관리기사 1급 이상의 기술자격소지자 1인 이상 ▲2종:고체연료 사용량 2000톤/년~1만톤/년, 평균 폐수배출량 1000㎥/일~3000㎥/일 사업장에는 공해관리기사 1급 이상의 기술자격소지자 또는 이공계대학을 졸업한자 1인 이상 ▲3종:고체연료 사용량 1000톤/년~2000톤/년, 평균 폐수배출량 500㎥/일~1000㎥/일 사업장은 공해관리기사 2급 이상의 기술자격소지자 또는 이공계대학을 졸업한 자 1인 이상 ▲4종:고체연료 사용량 200톤/년~1000톤/년, 평균 폐수배출량 50㎥/일~500㎥/일 사업장은 공해관리기사 2급 이상의 기술자격소지자 또는 이공계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자 1인 이상 ▲5종:1~4종에 해당하지 않는 배출시설은 상기 자격소지자 또는 당해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받은 자 등을 배출시설관리인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993년에 제정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대기, 수질, 소음 등 2인 이상을 채용할 경우 겸직을 허용해 1인만 채용하도록 기준을 완화했으며, 동일한 산업단지에서는 공동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종 사업장은 대기환경기사 이상 1명 ▲2종은 대기환경산업기사 이상 1명 ▲3종은 대기환경산업기사 이상의 기술자격소지자, 환경기능사 또는 3년 이상 대기분야 환경관련 업무에 종사한 자 1명 이상 ▲4종과 5종에는 사업장 피고용인 1명 이상을 임명하도록 배출시설관리인 임명 규제가 완화됐다.

◇자가측정 대행제도…업체 부실로 유명무실=이와함께 환경보전법에서는 자가측정 대행제도를 도입했는데, 대기환경 측정대행사업자가 배출허용기준 초과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배기가스의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측정대행업체는 총 339개 업체다. 이들 업체가 대기, 수질, 소음·진동, 실내공기질, 악취 등의 측정을 대행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업장들이 배출시설관리인을 자사에 임명하기보다는 측정대행업체를 통해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러한 측정대행사업자들의 부실한 자격이 이번 미세먼지 배출량 조작사건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강병원 의원이 24일 ‘산업체 미세먼지 배출조작,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측정대행사업자들의 장비와 기술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측정결과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함께 떨어졌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업무량 설정하고 수수료 산정방식 개선해야=김 교수는 이와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인력 능력을 진단하고, 측정인력 1조당 1일 업무량과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2007년 이후 수수료 산정방식이 자율화되면서 저가입찰 추세를 보이는 만큼, 수수료 산정기준을 규정하고, 시험원가와 일반관리비, 출장비, 이윤 등이 포함된 계산식에 따라 산정방식을 통일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전자통신기기를 활용한 전산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 시료채취 분석결과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산입력 하도록 하고, 측정대행 실적 및 측정결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분석시료의 인계, 실험과정, 분석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김 교수는 이밖에도 사업장과 측정대행업체 간의 갑·을 관계를 없애기 위해 준공영제 운영도 고려할 법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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