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등 배출가스가 많은 차량의 서울 도심 운행이 올해부터 금지된다. 서울시는 7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해 모니터링과 계도를 진행하고, 오는 12월부터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시작할 예정이다.

구종원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28일 서울시가 개최한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 시행을 위한 대시민 공청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서울시 녹색교통지역 자동차 운행제한 정책을 소개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4월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에서, 한양도성 내부지역에 배출가스 등급제 5등급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배출가스 등급제는 환경부가 전국에 등록된 차량 2300만대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올해 2월 시행된 미세먼지특별법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5등급 차량, 녹색교통지역 진입 제한=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5만대에 대해 배출가스 5등급을 부여한 바 있다. 이 중 80만대가 수도권에 등록돼 있고, 서울 등록차량은 23만대에 달한다.

서울시는 7월부터 운행제한 조치를 알리는 계도기간을 갖고,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시행할 예정이다. <자료=서울시>

5등급 차량의 진입이 제한되는 ‘녹색교통지역’은 2017년 3월 국토교통부 고시로 지정된 곳이다. 종로구 8개동(청운효자동, 사직동, 삼청동, 가회동, 종로1~4가동, 종로5~6가동, 이화동, 혜화동)과 중구 7개동(소공동, 회현동,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을지로동) 일대다.

서울시는 녹색교통지역 경계도로 48곳에 번호판 자동인식시스템을 구축해, 5등급 차량이 이 지역에 진입하는지 여부를 단속할 계획이다.

운행제한 시 과태료는 관련법 시행령에 따라 1회 25만원으로 정해졌다. 서울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과태료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담당부처인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운행제한 시간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구종원 과장은 초안으로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또는 오후 9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소개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물류이동 시간 등 통행 패턴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 운행 제한시간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초 5등급 차량은 퇴출돼야 한다는 개념으로 24시간 운행을 제한하는 계획을 세웠다”면서도, “산업적 측면에서 한꺼번에 다 제한하는 건 어렵겠다는 의견”을 반영해, 운행제한 시간에 대해 추가검토 중이라고 했다.  

◇저공해조치 완료 시 진입제한 예외=모든 정책에서 그렇듯, 녹색교통지역의 5등급 차량 운행제한에도 예외는 있다. 서울시는 긴급차량, 장애인, 국가유공자 생업활동용, 국가공용특수목적 등을 예외로 뒀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경우와 동일한 경우다. 

또한, 5등급 판정을 받은 적 있는 차량이더라도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해 저공해조치를 완료하면, 운행제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소상공인이나 영세사업자라면 차량교체 대신 저공해조치를 통해 운행제한 예외로 인정받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울시가 올해 12월부터 녹색교통지역에서 해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기로 하고, 28일 공청회에서 운행제한의 필요성과 운영계획을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운행제한, 국내외에서 효과 검증돼=구종원 과장은 운행제한을 시행할 경우 이들 지역에서 “하루에 2~3만대의 운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운행제한은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입증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설정돼 자동차 운행이 제한된 신촌지역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7%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이종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영국 런던이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고 운행제한 조치를 한 결과,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농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또 런던 사례를 근거로 “교통운행제한이란 정책이 시민들의 건강 개선뿐만 아니라 환경 불평등에 의한 격차를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런던에서 교통 운행제한이 시행된 지역은 사회경제적으로 보다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운행제한에 따른 수명연장 현상이 보다 뚜렷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종태 교수는 이를 근거로, 녹색교통지역의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이 시민들의 건강 개선과 환경 불평등의 격차 해소에 모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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