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9일 고려대에서 열린 아카데미 특강에서 “(한국은) 민노총의 불법천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법천국’이란 딱지를 붙이면서 내민 근거를 보면서, 그가 뼛속까지 공안검사였고 앞으로도 공안검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대한민국이 ‘민노총의 불법천국’인 이유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불법행위를 제재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황 대표는 이날 특강에서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민노총의 불법행위에 대해 영장청구했다고 한다. 민노총에 대해 영장청구했단 말을 오랜만에 들어봤다”면서 “요즘 민노총의 불법천국이다”고 말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민주노총을 상대로 영장을 청구하란 말로 들린다. 그가 공안검사였을 때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범죄혐의가 있어야만 영장을 청구하는 민주주의가 복권된 시대다.   

황 대표는 또 ‘민노총의 불법천국’이란 주장의 근거로 일자리를 둘러싸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다툼을 벌이는 개포동 8단지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꼽았다. 그는 특강에서 “다른 노총 소속 근로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로 기업에 가서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일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그래서 답하면, 당연히 가능하지 않다. 적법한 이유없이 공사를 방해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공권력을 발동하는 게, 황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법치국가다. 아직까지 개포동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정부가 공권력행사를 자제한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이다.

설사 민주노총이 물리력을 동원해 개포동 재건축공사를 방해했더라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국회법 절차에 따른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고자,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 60명이상 의원이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감금했던 범죄장면이 전국민에게 중계된지 한 달도 안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유한국당은 일말의 반성없이 국회를 보이콧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증오와 저주는 극우정치인의 징표가 된지 이미 오래다.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라는 홍준표 전 대표나, ‘경제를 갉아먹는 축’이라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돼서는, 황 대표는 자신이 뜻한 바를 절대 이룰 수 없다.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도, 사람의 도리라는 면에서도 황 대표를 포함 홍준표 전 대표와 나경원 대표는 민주노총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이들 세 사람 모두가 민주노총에 갚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속과 징역 등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불의에 맞섰기에,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영달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판사·검사는 그래서 가능했고, 세 사람 모두 지금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민주노총의 최근 행보, 정부와 집권여당도 그렇고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에게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에 따라, 전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설립한 노동조합이 가입한 연합단체다. 헌법과 노동관계법에 따라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유지·개선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다. ‘이익단체’라는 본래적 특성으로 조합원이 아닌 국민정서와 다소 유리될 수 있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정치와 충돌하는 지점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여성·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이해·요구를 현실화하기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한다. 

한국노총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역시 경영계와 함께 한국경제를 책임져야 할 한 축이다.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정치인이라면, 노동계를 배척할 게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댈 동반자로 대우해야한다. 민주노총이 잘못된 요구나 행위를 했다면 따끔하게 질책해야겠지만, 잘못에 합당한 매질이어야한다. 극우정치인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악마프레임’으로는 민주노총도 바꿀 수 없고, 대다수 국민의 동의도 얻을 수 없다.  

황교안 대표의 친정인 검찰(檢察)의 흑역사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개 견(犬)자를 붙여 견찰(犬察)이라 말한다. 특히 공안검찰은 反정부 인사를 反체제 인사로 조작하고, 노동계 인사에게 ‘빨갱이’ 딱지를 붙임으로써 정권안보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 이랬던 검찰도 촛불정부에서 아주 더디지만, 딱지붙이기 폐습을 버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독재·권위주의 정권시절 공안검사 역할을 자임하는 황교안 정치인을 보고 있자면 안쓰러운 감정이 든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공안검사 색깔을 완전히 빼지 못하면, ‘민주당에게 야당 복(福)이 있다’는 세간의 촌평은 사실이 될 수 있다. 황 대표도 그렇고 자유한국당 의원 모두 뼛속까지 환골탈퇴 해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20대 대통령선거 훨씬 이전인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해산되는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