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총상금 6억6000만원 규모의 웹툰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대상 상금만 1억원에 달한다. 웹툰업계 선두주자인 레진코믹스가 매년 시행하는 공모전의 대상 상금도 1억원이다. 대상 상금이 해당 콘텐츠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규모나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상문학상의 대상 상금이 3500만원,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상금이 2000만원이다. 웹툰시장이 최근 무섭게 성장해 한류 콘텐츠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른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능력있는 스토리 작가들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영화시나리오로 몰려들었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는 웹툰시나리오를 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웹툰산업이 제작유통사의 갑질 병폐에 발목을 잡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웹툰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작가 558명 중 절반이 넘는 53%가 불공정계약을 경험했다. 2차 저작권과 해외판권이 제대로 된 대가없이 제작사에 넘어가거나, 불공정한 계약이 강요되고, 적정 수익배분율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웹툰시장에서 불공정계약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6개 웹툰사업자의 계약서에서 불공정약관을 지적하고 시정토록 했다. 2차 저작권의 무단사용, 임의의 가격결정, 전자출판 권리를 사업자가 가져가는 조항 등 다양한 불공정행위가 적발됐다.

이와같은 제작유통사의 갑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는 표준계약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콘텐츠진흥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자신이 체결한 계약이 표준계약서를 따른 것인지조차 모르는 작가가 42%에 달했다. 표준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고, 이를 통해 어떤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덧붙여, 2000년대 꽃핀 미래 新산업에서 갑질이 횡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갑질’하면 ‘구시대적 병폐’라는 말이 따라온다. 소수 재벌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시장을 지배하는 원리로 자리잡은 전통산업에서라면, “과거엔 그랬으니까”란 말로 갑질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이 불가능한 新산업인 웹툰시장에서 갑질이 일어난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갑질의 고리를 끊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갑질’은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 “그땐 그랬다”고 할 단어지, “요즘도 똑같다”고 해서는 안될 폐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