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세계 3대 비엔날레를 꼽으라면,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58번째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본 전시(국제전)와 국가관 전시로 나뉘는데, 본 전시는 비엔날레 총감독이 직접 기획하는 전시고, 국가관 전시는 각국의 국가가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전시다.

올해의 본 전시는 런던 헤어워드 갤러리 관장인 랠프 루고프(Ralph Rugoff)가 ‘난세에 사람으로 살기보다 태평기에 개로 사는 게 낫다(寧太平犬，不做亂世人)’는 ‘가짜 중국 속담’에서 차용해,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그는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과잉 인터넷 시대를 보여주고자 했다.

리투아니아 국가관 전시 ‘태양과 바다(마리나)’ 전시 모습.<출처=www.archdaily.com>

오페라 형식을 차용한 퍼포먼스 ‘태양과 바다(마리나)’

우리나라 국가관 전시는 김현진 큐레이터가 감독으로 참여해 정은영, 남화연, 제인 진 카이젠, 이렇게 3명의 작가가 지닌 여성, 퍼포먼스, 영상이라는 3개의 공동 키워드를 전시에 녹여 선보였다. 애국심을 한껏 끌어올려 우리나라 국가관 전시를 최고라고 말하고 싶지만, 리투아니아 국가관 전시에서 선보인 ‘태양과 바다(마리나)[Sun & Sea(Marina)]’를 보고선 아무리 애국심을 끌어 올려도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말을 주저하게 된다.

오페라-퍼포먼스(오페라 형식을 차용한 퍼포먼스)로 불리는 이 작품은 20여명의 아이에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배우가 (강아지도 있다) 건물 안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해변에서 일광욕도 하고, 책도 읽고, 공놀이도 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하는 등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을 연기한다. 이러한 인공해변의 모습 위로 잔잔한 선율의 오페라 음악이 깔린다. 더러는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관람객은 오페라 극을 관람하듯 위층에서 목재 난간에 기대어 아래층의 인공해변을 내려다보면서 ‘태양과 바다(마리나)’를 감상한다. 미술전시장에서 만나게 된 해변의 풍경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갖게 한다. ‘미술 전시에서 해변을 보게 되다니….’

‘태양과 바다(마리나)’로 수상한 베니스 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출처=www.facebook.com/operasunandsea>

그렇다면 이 작품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작품이 해변을 고스란히 전시로 가져온 이유는 왜일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상식을 깬 미술을 선보이기 위해서? 아마도 다 맞을 것이다. 이 작품은 미술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깨고 있고, 그 색다른 모습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공해변을 흐르고 있는 오페라 선율과 일부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노랫말이다. 인공해변의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선율과 합창은 우리가 휴양지에서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것은 환경재앙이 되고 세계 종말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공해변의 모습은 매우 평범하고, 편안하고, 시원하고, 나른해 보여서 이것이 세계의 끝으로, 세계의 종말로 우리들을 인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일상적인 모습이 우리를 세계의 끝으로 인도하고 있음을 작업은 말하고 있다. 작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태양과 바다(마리나)’의 핵심은 우리 인류가 맞이한 지구 규모의 위협이 우리자신에 의해 누적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함을 보여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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