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사태가 50일을 넘기고 있다. 개혁입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해 거리로 나간 자유한국당, 연일 국회 밖에서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가 멈췄으니 시급하게 입법을 요하는 사안이나, 정부에서 요구한 추경예산안 논의도 진척이 없다. 세계적인 무역전쟁의 초읽기라는 미중 갈등이 갈수록 파고가 높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환율변동 등 심상찮은 조짐들이 감지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무역전쟁이 서민들의 밥상을 걷어찰까봐 모두가 가슴 졸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멈춰선 국회는 국민들을 더 화나게 만든다. 

누가 뭐래도 국회 파행 사태의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선거제 개편이나 공수처법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한 건 법적절차에 따른 행위였다. 국회에서 폭력을 금지하고 날치기를 막자고 만든 것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다. 선진화법이 법안처리를 무한정 표류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게 위해 만든 것이 패스트트랙으로 2015년 여야합의로 만들었다. 국회에서 더 이상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 자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거리로 뛰쳐나간 자유한국당,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준법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민생을 살피겠다고 나섰던 소위 민생투쟁 대장정도 박수받기 힘든 행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달창’이라는 표현을 써 뭇매를 맞았다. 황교안 대표가 위험해서 금지된 작업방법인 청소차 발판에 올라타고 사진을 찍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말이 민생투쟁이지, 지방순회 대정부 투쟁이었다. T자형 레드카펫에 올라 손을 흔드는 모습은 황교안 대표의 대권행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국회를 세워놓고 국회의원을 대거 동원한 지방순회 대정부 투쟁. 정당과 국회의원이 민생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입법활동에 있음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비난을 자초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국회 정상화 요구가 빗발치고, 국회의원 소환제까지 거론되자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탓을 청와대로 돌렸다. 청와대가 야당을 조롱하고 압박하면서 재를 뿌리고 있는데, 어떻게 국회를 열 수 있냐는 게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하는 국회 등원 불가 이유다. 궤변이다. 정당해산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답변한 걸 두고 야당조롱, 국회농락이라는 주장은 국회 정상화에 의지가 없다는 방증에 불과하다. ‘차라리 청와대는 빠져라’고 조롱하고, 대통령은 아픔도 공감할 수 없는 한센병 환자라고 한 게 자유한국당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조롱과 막말 때문에 등원을 못하겠다니,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경제실정청문회 요구도 마찬가지다. 국회에 등원해 경제현안을 살펴본 후, 정부실정이 청문회를 열어야 할 수준이라 판단되면 절차를 밟아 요구하면 된다. 50여일이나 국회 파행을 만들어 놓은 자유한국당이 경제실정청문회를 약속해야 국회 등원을 할 수 있다고 요구한다. 국민여론이나 국회 정상화의 의지보다, 국회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욕심만 내세우는 후안무치한 행위다.

언제까지 자유한국당만 쳐다보고 국회를 세워 놓을 수 없는 일이다. 강원도 산불피해 지원,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 등 쌓이고 쌓인 국회 일만해도 산더미다. 추경예산이 선거 선심성 예산이라지만, 그것 또한 국회에서 따지면 될 일이다. 국민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을 입버릇처럼 강요해 놓고, 두달 가까이 국회 문을 잠근 채 세비만 꼬박꼬박 챙겼다. 국회의장과 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은 더이상 국회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안되면 자유한국당을 빼고서라도 시급히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