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봉 아래 물에 비친 달’ 140×110cm, 장지, 먹, 호분, 금분, 2017년 6월.

나의 그림의 조형언어는 선이다.

먹 작업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선의 의미는 나의 지난 시간의 기록이자 다가올 나의 시간에 대한 자세다. 기록은 삶이 지속되는 동안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이어지고, 자세는 삶을 연결하는 힘이다. 선은 나에게 힘을 형성하는 원소와 같은 존재다. 나의 마음을 구성하는 기본적 존재며 더 이상 분석되지않는 내 생각의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최근 몇 년, 나의 시간은 소용돌이 한 가운데 들어 앉은 듯 매우 고요하고, 고립되어 있었으며 한치만 걸어나가도 휘말려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은 상태였다. 그 속에서 내가 찾고자 한 것은 어떤 희망이나 더 나은 무언가가 아닌 그저 고요함, 평온함이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집중했고,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다다른 곳은 고요함 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는 달이었다.

‘심경산수’ 240.0×162.0cm, 장지, 먹, 호분, 금박, 은박, 2018년 11월.

나의 작업은 매우 간결한 형상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세한 한줄한줄의 선들이 연명하듯이 이어져 커다란 덩어리가 되고, 그 덩어리가 인생의 무게감과 함께 기록이라는 단어를 형상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반복적 작업은 나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 선을 한줄한줄 집중해서 그어 나가며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 한줄들은 내 마음을 온전한 나만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고요함 속에 나만의 외침이다. 

그 외침은 과거를 향한 마무리를 의미하기도 했고, 현재를 향한 또 다른 위로이기도 했고, 미래를 향한 또 다른 나의 방향이 되기도 했다. 작업 하나하나를 마칠때마다 나는 고요해졌으며 나는 살아났다.[작가노트](정리: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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