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이 시행 6개월을 맞이하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시행된 ‘한국형 레몬법’은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자동차의 교환 및 환불기준에 관한 규정을 말한다. 오렌지(정상 자동차)인 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신 레몬(불량품)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말에서 유래한 별칭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소비자가 2년 이내에 자동차 회사에 신차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 인도한지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한 때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하는 등, 소비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 회사가 교환 및 환불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레몬법은 국토교통부령이 정한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에 따라 판매된 자동차에 한해 적용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레몬법을 따른다는 계약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레몬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16개 회원사 가운데 11개사가 레몬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한국 브랜드 중에도 한국GM이 레몬법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발표 이후, 한국GM과 벤츠 등이 뒤늦게 레몬법 동참을 표했다. 4월30일 당시 국토교통부는 “국내 5개사(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한국GM), 수입사 6개사(BMW, 토요타, 닛산,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혼다)가 교환·환불 제도에 참여를 결정했고, 4개사(벤츠, 포드, 아우디폭스바겐, 캐딜락)가 참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한국경제법학회가 21일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현행 레몬법의 규정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후 국토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국토부가 회신하자 이를 공개했다. 국토부는 레몬법 수용을 거부하는 제조사들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의에, “자동차관리법이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자율적으로 수락토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며, “법률로써 중재합의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재판청구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미국의 레몬법은 제조사들에게 교환·환불을 의무화하고 구제절차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며, 한국형 레몬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중재’ 절차에 갇힌 레몬법…소비자 보호에 한계

국토부는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중재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인데, 실제로 현행 레몬법 규정이 ‘교환 또는 환불을 위한 중재 신청’으로 입법이 돼있다. 한국의 레몬법은 당사자의 신청과 동의에 따라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중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중재 판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지식이 높은 소비자라면 즉시 중재를 선택하는 대신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조정, 법원을 통한 소송, 레몬법에 따른 중재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모르는 소비자가 레몬법을 따르는 계약서에 서명해 사전중재 합의에 동의한 경우, 조정 또는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 침해받게 된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한국경제법학회가 21일 공동으로 개최한 ‘규제합리화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경제법의 새로운 과제’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 교수는 현행 레몬법 규정으로 인해 “선택지가 오히려 줄어들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영수 교수는 결과적으로 자동차 관련 교환환불 과정이 소비자 상담 이후 즉시 중재로 연결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 교수는 소비자기본법 상의 조정과 레몬법 상의 중재, 소송을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자동차 관련 소비자 분쟁해결은 소비자 상담 이후 조정, 중재를 거쳐 소송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된다. 

신영수 교수는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동차 교환환불의 필요성과 요건은 보편적 이슈이지 지역적 편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환환불을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국형 레몬법의 요건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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