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단지 두 회사 합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연대 실행위원 이상훈 변호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삼바 분식회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단지 두 회사 합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적은 돈으로 삼성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참여연대는 이날 발간한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승계, 삼바 회계조작 논란과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이상훈 변호사 설명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삼성전자 지배구조에는 구멍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11.1%를 제외하면 삼성생명이 7.55%, 삼성물산이 4.06%, 이건희 회장이 3.38%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할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할 상황이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42.32%를 보유하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 주식은 삼성물산 주식으로 바뀌었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4조원 부당이득 vs 국민연금 6000억원 손실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평가됐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해왔다. 적정한 합병비율에 비해 국민연금이 6000억원 가량 손해를 입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4조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면,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에 대해 이상훈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관계가 필요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김경율 회계사는 합병을 앞두고 삼성의 의뢰로 작성된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의 보고서는 삼성물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근거가 삼성물산 가치 평가시 현금성자산인 1조7500억원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평가한 모든 회계법인이 현금성자산을 감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계법인은 아예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삼바, 콜옵션 부채 2조4000억원 회계장부에서 누락 

참여연대는 15일 ‘이재용 부당 승계와 삼바 회계사기 사건에 대한 종합보고서’ 발간과 함께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2015년 공시자료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삼바 지분 45.65%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삼바 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할 유인이 생긴다.

삼바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부채로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2015년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삼성측이 삼바 가치를 6조원으로 평가하면서, 콜옵션 2조4000억원을 부채로 포함하지 않았다며, 합병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국가기관 지원 없었다면 이재용으로의 승계 어려웠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가기관의 지원이, 정경유착이 없었다면 이재용으로의 승계는 어려웠다”며, 불법이 아니었다면 승계가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고서에 언급된 미국 엔론사 예시를 들며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 불법행위를 미국에서는 어떻게 처벌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엄정한 법적용의 사례이기도 하고, 공동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원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과 정치권에서 기업과 재벌총수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반복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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