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고용측면에서 사회적경제는 사기업에 비해 취업유발 효과가 크다. 고령자·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 비중도 높아 사회안전망을 강화시킨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혁신은 필수다.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이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강필현 한국디자인진흥원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15일 개최한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디자인포럼’에서 “지난 10년간 정부주도로 사회적경제조직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며 “정부가 창업 초기 단계에 필요한 인건비를 보조하고,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등 지원정책을 추진한 결과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 향상과 질적 성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조직,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에서는 사회적경제 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고용 비중이 높다. 유럽연합의 사회적경제 인구 비중은 전체 노동인구의 약 6.5%(1450만여명)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전체 노동자 454만5800명 가운데 50만7200명(11.2%)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한다.

국내에서도 2007년에 비해 2016년기준 사회적기업 수는 34배, 고용규모는 16배이상 증가했다.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약 60%, 총 매출액 약 3조5000억원, 기업 당 평균 매출액은 약 19억3000만원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이 사기업과 달리 다양한 원리로 작동되지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회적경제조직의 혁신에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은 연결고리가 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초 IBM이 발표한 ‘디자인씽킹’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상품개발 기간이 33%, 디자인 작업시간은 75%가 단축되고, 제품출시 시기는 2배가 빨랐다. IBM은 디자인씽킹을 통해 지난 3년간 23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고, 210억원의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패션·자동차·가전·IT제품을 넘어 서비스와 사회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은 생산자가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람의 경험과 공감을 중시하고, 사용자와 이해관계자가 함께 혁신을 이끌어 내는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뜻한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적경제조직이 제안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과거 시장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인 경우가 많다.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은 전례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유효하다.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우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가 많은 반면 기업의 자원이 불충분해 비즈니스모델 검증과 시장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또 좁은 분야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시장의 흐름이나 고객의 맥락을 놓치기 쉽다. 이러한 분야에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하면 최소한의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고객 테스트를 시행하고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적 가치를 넘어 서비스 전반의 통합적 고객경험 디자인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도 가능하다. 

사회적경제조직은 사회의 흐름과 생태계를 포함 설립목적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도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이해과 고객중심의 공감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이 경우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은 자원의 한계와 상관없이 이해관계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해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이 고객에 대한 관찰과 공감을 바탕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링으로 다중복합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사회적경제에 인간중심 서비스 디자인 적용해야

강 본부장은 사회적경제조직에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인간중심의 서비스 디자인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사람중심 디자인을 적용해,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디자인으로서, 사용자 중심의 리서치가 강화된 새로운 디자인 방법이다. 제조에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新서비스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강 본부장은 인간중심 서비스 디자인의 적용을 통해 기업은 매출·고용·무형자산·생산성·조직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에는 놓쳤던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디자인포럼’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국내 사회적경제조직인 ‘모어댄’은 인간중심 서비스 디자인을 문제해결에 적용한 사례다. 모어댄은 폐자동차의 자투리 가죽시트·안전벨트 등을 새활용해 가방·지갑 등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취약계층 약 20여명이 근무 중인 패션디자인 사회적기업으로 폐자동차 가죽시트의 새활용, 특수소재를 개발하고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디자인,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의 합으로 만들어진 사례다. 2016년 법인설립 이후 올해 매출 4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인간중심 서비스 디자인 혁신기업은 시각장애인용 점자워치를 개발한 ‘닷’이다. 닷은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생활 속 불편과 아름다운 제품을 선호하는 욕구를 발견하고, 경제적이며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 편리성까지 갖춘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닷은 글로벌시장에서 350억원이상의 선주문을 확보했으며, 향후 누구나 점자를 공유하고 알려지도록 공공디자인에 점자를 넣어 시각장애인을 포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사회적경제조직을 대상으로 디자인 지원정책 수요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95%가 시장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혁신성장을 위해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 또는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 디자인 역량이 중요함을 알고 있지만, 응답자의 80%는 디자인 관련 지원사업의 정보가 없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 

강 본부장은 인간중심 서비스 디자인을 통한 사회적경제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디자인 인력, 사회적기업 디자인컨설팅, 사회적기업 서비스·BM디자인 지원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시장경쟁력 확보와 질적성장, 산업단계로의 스케일업을 위해 디자인 주도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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