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정의를 뒤로 한 경제논리, 그 광풍이 맞닿은 지점에 세월호가 있었다. 되돌아 보면, 선령 규제완화를 결정한 정책당국자, 국제기준을 어기고 위험한 증개축을 결정한 기업,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안전규정을 어긴 이들 그리고 사고 발생 후 생명을 후순위로 미뤄둔 국가정책 결정시스템…. 층층이 잘못된 의사결정들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국민의 삶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LAB2050이 최근 발행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포용국가 시대의 조직운영 원리’ 보고서에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건국 이래 수십년 동안 경제성장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돼 왔다. 국민 모두의 인간다운 삶과 직결된 빈부격차 해소, 환경보전, 인권 등은 경제성장률이라는 수치 뒤에 가려진 선언적 구호에 불과했다. 그러는 동안 가까이 있었던 것만 얼추 기억해도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아파트 붕괴, 2014년 세월호까지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건들이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가체제로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운영기준으로 사회적 가치를 내세웠다. 더 이상은 우리 공동의 가치가 외면돼서는 안되겠기에, 나라를 경제성장과 효율성만이 아니라 환경, 인권, 노동 등 다양한 가치를 포괄하는 국가로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사회·환경 영역의 다양한 가치, 그리고 개인·사회공동체·미래세대를 함께 고려하는 행동규범이자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과거 경제성장과 효율성 일변도의 행동규범, 그리고 개인과 개별조직의 이익만을 위한 의사결정 기준을 성찰하며 등장한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정의를 뒤로 한 경제논리, 그 광풍이 맞닿은 지점에 세월호가 있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열린 지난 2017년 2월25일 촛불집회.<사진=뉴시스>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사회 각 부문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이 정부정책의 실행기구인 공공기관의 실제적인 목표이자 운영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정책 실행기관인 공공기관이 내리는 수많은 의사결정은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은 어찌보면 모호하고 주관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구체화하고 정책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일례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의 입법이 미뤄져서는 안되는 이유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보면 ▲인권보호 ▲재난사고로부터의 안전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보건복지 ▲노동권 보장과 근로조건 향상 ▲사회적 약자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지역경제공헌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존 ▲시민참여 확대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 강화 등을 사회적 가치로 담았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맞춰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지표 배점을 확대하는 등 경영평가를 대폭 개정하기도 했다. 개혁과 혁신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며, 우리 정부는 국가시스템을 바꿀 변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지난해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세계 57위였다. OECD 34개 국가 중에서는 32위다. 한국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2013년 조사대상 23개국 중 최하위였다.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엄중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행복하지 않은 국민이 사는 국가는 선진국도 경제대국도 될 수 없거니와, 설령 그렇다해도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면 국가 존재의 의미는 없다. 국가적 목표는 국민이 불행하지 않도록 공정분배를 통한 국민행복에 그 가치를 둬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적 가치와 정의를 찾아가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