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생산과 소비의 시공간적 거리를 첨단기술로 줄이는 과정에 유통기업이 사운을 걸고 있다. 그러나 혁신과는 반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행태를 보인 대기업 유통업체도 있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건강·미용 분야 전문점(H&B 스토어) 1위 브랜드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H&B스토어는 미용·건강 관리용품, 건강식품 등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소매유통 업태로, 미국에서 시작된 드럭스토어(Drug Store)가 국내환경에 맞게 변형된 新유통채널이다. 주요 상권에 위치해 매장 접근성과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갖춘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20~30대의 주요 화장품 소비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H&B스토어 시장규모는 2018년 말 기준 약 2조130억원,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0%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올리브영은 2018년 기준 전국에 1198개 매장이 있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가 납품업체에 행한 갑질행태는 다양했다. ▲사전에 납품업체와 반품가능 품목으로 약정하지 않은 직매입 상품 약 57만개(약 41억원)를 ‘시즌상품’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반품했고 ▲납품업체 종업원 559명을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 근무하게 하면서 이들의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았다. ▲254건의 거래계약에 대해 납품업체에게 계약서면을 사전에 교부하지 않은 채 상품을 발주했으며 ▲상품판매대금(약 23억원)을 법정 지급기한이 지난 후에 지급하면서 지연이자(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가격할인, 1+1 등의 판매촉진 행사비용(약 25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한눈에 옳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수년간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행했다.

공정위는 5일 H&B스토어의 불공정행위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유통채널이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채널들이 생겨나고 있다. H&B스토어는 화장품 로드숍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표적인 新유통채널이다. 新유통채널들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재고처리·인건비·판촉비 등 각종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구시대적 갑질을 반복했다.

이들 기업이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혁신에 공을 들이는 만큼, 거래관계에서 공정한 혁신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을 더한다면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6594억원, 당기순이익은 546억원이다. 온갖 갑질을 통해 부당하게 납품업체를 쥐어짜 벌어들이지 않아도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망하지 않는다. 공정한 거래질서를 납품업체, 가맹점과 함께 만들어 간다면,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미래는 보다 밝을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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