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낙서 예술’에 대해 알아볼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낙서 예술로 사회적인 물의를 빚었던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2010년 10월31일 미술대학 강사 박OO씨가 백화점앞 노상에 설치된 G20 홍보물 22장에 쥐 그림 틀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공용물건손상죄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소위 쥐벽서 사건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사건은 이하 작가가 2012년 5월17일 01:00경부터 03:30경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주택의 담벽 등에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원 수표를 들고 있는 전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 55장을 청색 테이프로 붙여 경범죄 위반죄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지난 번에는 예술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다고 했는데, 이들은 왜 예술행위를 했다고 기소된 걸까요? 거리에 낙서를 했다고 해도 ‘예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혹시 낙서는 예술이 아닌 걸까요?

낙서 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은 작가에게는 예술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공공장소에 대한 불법적인 ‘낙서’로 통용된다는 것입니다. 낙서 예술은 보통 반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일부러 ‘불법적’인 형태를 보입니다.

낙서 예술을 뜻하는 ‘그래피티’란 ‘긁다’라는 이탈리아어 graffiare에서 유래됐습니다. 이는 1970년대 뉴욕에서 시작돼 1980년대에는 전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주로 도시의 벽, 공공기물 등에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허락없이 그리는 그림인 그래피티는 초기에는 뒷골목 낙서로 인식돼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이를 예술로 활용하는 작가들인 키스 해링, 바스키아, 뱅크시 등의 예술세계가 크게 인정받으면서 공공 질서유지라는 사회적 법익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현대 미술로 의미가 크게 변경됩니다.

위 두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도 낙서가 예술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거리에 낙서를 했다고 해도 ‘예술의 자유’이니까 보장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의 자유를 포함해 모든 자유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는 여러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지요(제37조 제2항). 즉, 예술 그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예술이라 해도 죄가 되는 행위를 구성하는 경우는 죄가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예술의 자유의 ‘제한’입니다.

쥐벽서 사건은 공용물건손상죄로 기소됐습니다. 공용물건손상죄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는 죄입니다(형법 제141조 제1항).

박OO씨는 쥐벽서 그림이 그래피티 아트이고, 예술행위이므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예술행위더라도 헌법에서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나 공공안내문, 게시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물건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예술작품의 창작과 표현 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이상 예술창작과 표현활동이라는 이유로 그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서 예술이지만 범죄행위라면 금지된다고 하더라도 “범죄행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즉, 해당 법조문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손상시키면 안 된다고 했는데, 거리의 포스터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일까요? 포스터는 거리 밖에 있으니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의 의미를 ‘거리에 있는 것’까지 확장해도 될까요?

원래 형법은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정해서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성문의 형벌법규에 의한 실정법 질서를 확립해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견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제도로서의 관공서나 기타 조직체가 공무상의 목적이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관리하는 일체의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고, 위 물건이 반드시 유형적인 장소 또는 건조물로서의 공무소 내부에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해석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금지되는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수 없다며 거리에 붙인 포스터도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규정하고, 유죄를 선고하였죠.

두 번째 사안인 이하 작가의 ‘왜 나만 갖고 그래’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기소됐었는데요. 이하 작가가 기소된 경범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9호입니다. 해당 법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인공구조물과 자동차 등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내걸거나 끼우거나 글씨 또는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 또는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인공구조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더럽히거나 훼손한 사람 또는 공공장소에서 광고물 등을 함부로 뿌린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첫 번째 것은 법조문에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함부로”가 도대체 뭐냐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함부로”란 ‘무모하게’, ‘과도하게’ 또는 ‘허가 없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이 조항은 위와 같이 함부로 행해지는 대상을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인공구조물’로 한정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그것이 붙여짐으로 인해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광고물 등을 포함한 물건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 박OO씨가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 55장을 300m의 거리에 달하는 타인의 주택 담벽 등에 붙인 행위는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않았고” 그 외에 150장의 포스터를 더 소지하고 있었던 점은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것이죠.

그래도 왠지 억울합니다. 낙서 예술은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약간 사회 반항적인 거죠. 이런 것도 용납이 안되는 걸까요? 이것이 바로 ‘위법성 조각의 법리’ 입니다. 다음에는 ‘위법성 조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LG전자 컨텐츠&서비스 컴플라이언스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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