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의원을 포함 더불어민주당 22명의 의원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많이 퇴색했어도 ‘노동존중’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할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이다. 이들이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시행을 최대 2년6개월 유예하는 反노동법안을 발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게다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악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의 숫자가 22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기가 막힌다.  

1주 52시간 상한제는 지난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2018년 7월부터 300인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이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50인이상 300인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2021년 7월부터는 5인이상 모든 사업장에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런데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 한 근기법 개악안에 따르면 ▲200인이상 300인미만은 2021년 1월 ▲100인이상 200인미만은 2022년 1월 ▲50인이상 100인미만은 2023년 1월 ▲5인이상 50인미만은 2024년 1월부터 1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한다. ‘장시간노동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에 역행하는 발상도 그렇지만, 적용대상 사업장 규모를 잘게 쪼갠 형식도 문제다. 

외관상으론 사업장 종사자 수에 따라 이행여력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과 같은 강행법규는 개인의 의사 또는 개별사업장 사정과 무관하게 일시에 적용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 또는 개별사업장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제재와 수혜가 달라지는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악안이 꼭 그런 꼴이다. 50인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은 2년6개월 유예라는 특혜를 받았다. 반면  50인이상 100인미만 사업장은 1년6개월 상대적으로 적은 수혜를 받았다.

사업주 입장에서야 크든 작든 수혜를 받았으니, 사업주 상호간 불평등의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50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법정권리(1주 52시간 노동상한제) 행사가 2년6개월이나 금지된다는 점이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50인이상 100인미만 사업장·100인이상 20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법정권리도 합리적 이유없이 각각 1년6개월·1년간 제한된다. 1주 52시간제 적용시기를 사업장규모에 따라 과도하게 세분화한 결과, 노동자의 권리가 차별적으로 보장되는 불평등이 발생한다.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악안은 헌법 제11조가 명시한 평등권에 반한 법률이다. 열에 아홉 이상이 200인미만 사업장인데, 이들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차별적으로 박탈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근거해 법률을 제정해야 할 권한과 책임을 가진 국회, 이래도 되는 건지, 이원욱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이들은 근기법 개악안 제안이유로 ‘사업장의 준비부족’, ‘전면 시행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범법자 양산’, ‘중소벤처, 소상공인의 재무상태’를 거론했다. 현행 근기법 역시 유사한 이유 로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시기를 300인이상과 공공기관, 50인이상 300인미만, 5인이상 50인미만 등 3단계로 구분했다. 개별사업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강행법률이 가져야 할 보편성을 조화한 법률이 현행 근기법이란 얘기다. 

이원욱 의원 발의안이 폐기되면 현행법에 따라 50인이상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5인이상 50인미만 사업장은 내후년 7월부터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가 적용된다. 이제라도 극우 야당·언론 흉내내지 말고, 이들 사업장에 1주 52시간 노동상한제가 연착륙하도록 지원대책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아야한다.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 2017년 촛불대선이 아닌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했던 약속이다. 그 이후 6년여가 지난 지금, 집권여당에서조차 저녁 보장은커녕 ‘별보고 출근, 별보고 퇴근’을 당연시 하는 의원이 최소 22명이다. 내년 4월 총선, 이들을 포함 노동감수성이 제로(0)인 의원들. 몇 명이나 당선되는지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