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유럽과 동남아 수출에서 성공을 거둔 뒤 미국과 일본 수출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수입사가 요구한 높은 수준의 특허보증에 대응하지 못해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장품 업체 B사의 경우는 태국 수출을 준비 중이었으나 현지 업체의 무단 선등록으로 인해 현지 에이전트로부터 수입·판매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C사는 미국의 특허관리전문회사 P사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당했으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지 못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의료기기 제조회사 D사는 미국 수출 중 선도업체로부터 특허침해 경고장을 받았으나, 전담인력이 부재해 경고장에 대한 초기대응과 해외에서의 특허출원 등 예방·대응활동이 미흡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지식재산권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부분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하면 특허 획득만 생각하지만,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고도 이를 방어하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해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져버린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19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은 ‘민간 IP-R&D 전략지원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세계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엠피맨닷컴은 1997년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1998년에는 세계 최초의 휴대형 mp3플레이어인 ‘엠피맨’을 출시하기도 했다.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 이 회사는 그러나 특허권을 불과 3건만 보유하고 있었다. mp3플레이어 시장의 후발 주자들과 특허소송에서 제대로 권리를 방어해내지 못하던 중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2004년 경쟁사인 아이리버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엠피맨닷컴은 특허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전략이 부족했고, 특허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도 충분하지 못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지식재산권 전략을 잘 수립해 체계적인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은 날개없는 선풍기를 개발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다. 특허를 출원한지 2개월 만에 등록에 성공해 특허의 조기권리화를 이뤄냈고, 유사특허 18건을 출원해 강한 특허망을 구축했다. 또 불법 모조품에 대해서는 신속한 법적대응도 하고 있다.

이런 지식재산권 전략수립을 돕기 위해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은 민간 IP-R&D 전략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특허를 사전검토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권리범위가 넓은 강한 특허를 창출하며 특허 분석을 통해 특허 중심의 종합적인 전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19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민간 IP-R&D 전략지원 설명회’에서 박정호 한국지식재산전략원 그룹장은 “상담을 나가보면 특허를 내주는 게 목적이라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특허명세서를 만드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허를 이용해 사업화를 하거나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며 지식재산권 전략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개발의 시작 단계에서 해당분야의 핵심특허나 장벽특허를 미리 확인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핵심·장벽특허가 있는 분야에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허의 무효논리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연구개발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비침해 논리를 개발할 수 있다. 또 특허를 피하는 회피설계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핵심특허 대응전략과 함께 IP(지식재산권) 획득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기존특허를 보강하거나, 신규발명을 창출하거나, 기존특허를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들이 아니면 기존특허권자에게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제휴나 공동개발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지식재산전략원은 이처럼 R&D과정에서 기술획득 전략을 수립하거나 R&D의 사업화 방향을 제시하고, 신규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장벽특허 대응전략만 6724건을 발굴했고, 364개 기업을 대상으로 1만1265개의 IP-R&D 전략도출을 지원했다.

한편 특허청과 지식재산전략원은 오는 5월30일까지 민간 IP-R&D 전략지원사업 희망기업의 신청을 받고 있다. 공고문과 신청서 등은 지식재산전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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