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는 늘었지만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소·중견 건설업체가 받은 수출금융 수혜 금액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인사이트(Golbal Insight)가 2014년 해외건설시장 규모를 9조달러 전후로, 2020년까지 매년 4~5% 가량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도 2009년 491억4800달러에서 2013년 652억7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하고 있는 전체 해외건설 수주량과는 대조적으로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수주량은 2009년 55억1000만달러에서 2013년 35억9100달러로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지난 15일 진행된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정책의 방향’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서강대 남주하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규모 별 수출금융 지원 수혜 현황에 따르면 기업 수 기준 중소기업 비중은 90%가 넘지만, 금액 기준으로 보면 2007년 59.7%에서 2012년 33.5%로 줄었다”며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해외건설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나 대기업 위주로 편향된 수출금융 지원이 중소·중견건설업체의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원 개선의 목소리는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가 2014년 해외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중견건설업체의 해외건설과 관련된 금융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중견건설업체 18개사와 중소건설업체 46개사 총 64개업체 가운데 95.3%가 해외시장진출에 금융지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기업들은 수출금융 가운데 이행성 보증과 유보금 환급 보증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답기업의 53.1%인 34개사는 이행성 보증 발급이 거절되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등 불이익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행성 보증과 관련해 중소기업들은 이행성 보증의 발급 여부와 보증 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중견기업도 보증 한도와 보증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응답기업의 42.5%는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받는 기성금이 유보돼 유보금이 발생하면 경영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공사완료 이전에 발주자에게 보증서를 제출해 잔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유보금 환급 보증을 받으려고 하는데, 수수료 등이 과다하거나 수출입은행 등에서 운영하는 유보금 환급 보증과 유사한 제작 금융 등을 알지 못해 유보금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남 교수는 해외건설·플랜트 수주시 국내 기업의 단순도급 및 시공자 금융주선 사업에 수출금융 86%(2012년 기준)가 편중돼 있다며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인 시공자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 외에도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서울대 이복남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향후 해외 건설시장이 시공자 금융 주선 및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수주기업의 금융조달능력과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수출금융의 지원 분야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 “민간금융기관이 해외프로젝트에 참여한 일이 1999년 이후 총 49건 중 단 2건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며 “민간금융기관도 해외건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플랜트나 기타 해외건설을 진행하려면 시장발굴 단계부터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사업조사 등을 할 때에도 수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유영철 국제경제과장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건설공제조합, 해외건설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7개 기관이 협약을 체결해 설립한 정책금융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