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는 역동적이며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각인시키는 것은 힘이 넘치는 간결한 선들로 표현된 그 형상이다.

특히 그가 유화로 그린 소들은 대부분 강인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싸우는 소의 모습을 표현했거나 이를 드러내기도 하며, 어쩌면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중섭의 소=그가 대변하는 소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순하고 성실한 모습이 아닌 강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이중섭이 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가 소 그림에 활용한 색상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가족을 표현한 그림에는 대개 온화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소를 그린 그림에는 붉은색과 검은색, 흰색 등 강렬한 색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색상들의 드라마틱한 대비 또한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중섭이 소를 관찰하고 그리며 소의 표면적인 모습에서 작가의 감정을 대변하는 소재로 활용했으며, 나아가 이중섭의 마음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싸우는 소’, 종이에 유채, 17×39cm, 1954.<출처=호암미술관>

◇희망을 꿈꾸다=이중섭이라는 개인의 삶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마주하며 뗄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주했다.

한국인으로서의 의식을 자각시키는 교육기관에서 10대를 보낸 후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웠으며, 이후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반려자를 만났다. 한국에서 그는 가족들과 한국전쟁을 경험하며 피난생활을 했으며 그 와중에 가족을 상실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러한 그의 다사다난한 삶을 지탱해 준 활동은 그림이었으며, 이것은 그를 한국 근현대 화단의 서두에 서게 해주었다.

이중섭이 그린 수많은 그림들 중 강인한 소들은 가장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는 동물이었으며, 나아가 민초들의 초상이기도 했다. 이중섭의 그림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역사의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를 오늘날 극복해 냈으며, 그 과정에서 주변이 혹은 당사자가 이중섭과 같은 삶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시련을 극복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절망의 시간을 이겨낸 것은 아마 각자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중섭 역시 그의 삶을 지지하는 정신적 버팀목은 희망이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몹시 궁핍하고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그리운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었던 것은 그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기인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중섭이 희망의 에너지로 그린 그림들은 오늘날까지 감동을 전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태현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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