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민주주의 이념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분히 자본주의 운영원리를 기초로 한다. 우리사회의 법은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를 보장하기보다는, 가진 자와 특권층에 기울어졌다는 게 보편적인 사회통념이다. 보통사람보다는 권력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고, 돈 없는 자보다는 돈 많은 자에게 법은 더 너그럽다. 민주주의의 미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현상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어찌됐든 불평등은 체념하듯 흘러가다가도, 한 번씩은 소용돌이치며 거센 물줄기로 바뀌기기도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국대전’이라 일컬어지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대통령의 장관 임명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검찰수사와 야당의원들의 삭발시위 등으로 오히려 격화되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출렁이는 것과 함께 조국 장관 사퇴와 검찰개혁 요구가 혼재된 전선에서 끝없는 공방이 오간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조국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도 있었다.

20대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어느 계층보다 더 강렬하게 표출됐다. 조국 장관 딸의 입시와 논문 제1저자 논란, 같은 세대인 자신과는 다른 특혜를 받았다는 분노에 불을 붙였다. 합법 여부를 떠나 일반국민이 가질 수 없는 기회를 부모의 권력·명성을 이용해 경쟁에 뛰어 들었기에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결함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고 이유 있는 반항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이들이 말하는 불공정한 사회는 조국 장관 사퇴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포스터 제1저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나 원내대표는 친구인 서울대 교수에게 부탁해 실험실을 빌리는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이 또한 평범한 국민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립대학 실험실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여부는 법적 다툼의 대상으로 남겨 놓더라도, 이는 엄연한 불공정이고 특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고검 부장 재직 당시, 황 대표의 아들과 딸 모두 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도 불공정과 특혜 시비가 등장한다. 

청년들의 불만과 저항은 제도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모여져야 한다. 불법·편법과 합법의 경계를 이용해 가진 자와 특권층은 보통사람이 넘볼 수 없는 것들을 손쉽게 가졌고 자녀의 스펙으로 이용했다. 조국 장관의 딸이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이, 우리 아이와 다른 특혜를 받고 있다면 이는 고쳐야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한다. 법이 미비하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특혜가 공정한 사회를 해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됐다. 정기국회는 한해 나라의 살림살이를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국회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그 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여야 다툼으로 진척이 없는 불공정 해소 법안들을 꼼꼼히 다뤄 법제화했으면 한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민주주의보다는 자본주의 원리가 우선인 법, 특권층·가진 자에게 기울어진 법, 이젠 바로잡자고 목소리를 높여야한다. 

비단 청년들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평등한 세상, 공정한 세상을 외치는 목소리를 모아야 세상이 바뀐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대두된 우리사회 불공정 시비. 제도와 법을 바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