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느낌을 전제로 올 여름은 여느 때보다 짧고, 강도 역시 견딜만 했다. 물론 한여름 더위는 근근이 버텨야할 만큼이나 화력이 강했으니, 자연섭리의 우직함도 여실히 느꼈다. 아이와 어른이 인식하는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한다. 새로운 경험에 몰두한 아이들에게 시간은 금세 가는 반면, 관성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어른에게는 긴 시간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올 여름에는 새로운 경험에 여름 가는 줄 모르고 관심을 초집중한 건 아닐까. 반추해보면 올 여름 더위는 反일본 정서에 함몰됐던 것 같다. 

누구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의 놀음에 휘둘린 反日감정이라 했다. 하지만 역사나 경제 다방면에서 두루두루 판단해도, 일본에게는 아직 친근감보다는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본기업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일본 아베 정부가 지난 7월 對한국 경제도발을 감행했다. 내심에 자리했던 일본과의 거리감은 나름 애국심으로 전환됐다. 어떤 이는 또 이를 두고 ‘과도하다’는 수식어까지 스스로 붙여가며 타박하기도 한다. 독립된 나라에서 민족주의는 자주국가 유지를 이어가는 수단 중 하나라는 말로 반박한다. 

지난 두달여간 우리 국민이 보여준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베 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문재인 정부는 지난 18일 일본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지 약 3주 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은 억지주장을 사실화 시켜 자국의 이익으로 돌리는 잔꾀에 능했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국제사회에 제기함으로써 합당한 문제제기로 포장하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억지주장이 진실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인근국가와 관계를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다. 일본이 수십년 넘도록 대한민국과 관련한 엄연한 진실 앞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처신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지난 두달여간 우리국민이 보여준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베 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에게 그릇된 역사 인식에서 나오는 왜곡된 주장을 하지 말 것을, 문재인 정부에게는 일본에 기댄 개발도상국 당시 습성을 청산하라는 분명하고 당연한 요구다. 아울러 일제가 심어둔 ‘사쿠라(우리는 매국노·토착왜구라고 한다)’에 철퇴를 가해 달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2라운드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제품 매매를 중단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사회 곳곳에 잔존하는 친일잔재 청산으로 이어져야한다. 우리 국민의 위대한 역사를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기업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친일잔재 청산작업은 훨씬 쉽게 완수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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