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초 대비 15% 이상 급락한 1000원대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농산물을 수출하는 전남 강진의 F사는 수출실적 200만달러 수준의 영세기업이다. 지난해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에 가입해 1억원의 환차손 보상금을 받은 덕에 엔화가치 급락에 의한 피해를 줄였다. 2013년 엔화 환율은 17% 하락했다. 

봉제의류를 수출하는 G사. 2013년초 사업계획환율 1050원을 설정하고 그 이상에서는 분할헤지하는 환변동보험 총 2000만달러를 가입해 환차손 보상금 10억원을 받았다. 달러화는 2013년 하반기에만 10% 하락했다. 사업계획환율은 연간 수출계획 수립 때 최소 영업익이 보장되는 환율을 업체가 정한 것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환변동보험이 ‘환율 샌드위치’ 신세가 된 중견·중소기업의 환헤지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뭇매를 맞았던 바로 그 보험이다. 신상품을 개발하고 중견·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면서 버팀목 역할이 강해졌다. 특히 엔화 환율 급락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환변동보험 이용 및 보상 실적

<자료=한국무역보험공사>   ©중기이코노미

무보가 지난해 12월26일까지 집계한 중소·중견기업의 환변동보험 가입실적은 1.7조원으로 2012년(1.1조원) 대비 54.5% 늘었다. 중소·중견기업앞 환차손 보상금액도 504억원으로 2012년 349억원에서 44.4% 증가했다. 

 

전체적인 증가세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엔화 상품의 효용성이다. 지난해 엔화 가치 급락에 따라 전체 환차손 보상금액 중 엔화 상품 보상금 비중이 38%를 차지했다. 이 상품이 전체 가입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5%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쏠쏠한 환헤지 기능이 작동된 것이다. 실제로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엔화 상품 보험금 지급내역은 2011년 36억원, 2012년 61억원, 2013년 199억원으로 2년새 5.5배로 늘어났다. 엔화가치 그래프와 정확한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엔화 환변동보험 보험금 지급현황

단위=억원.<자료=한국무역보험공사>   ©중기이코노미

 

무보는 2013년부터 신규상품을 출시하고 한도를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 고객 모으기에 공을 들였다. 기업별 환변동보험 지원한도를 수출실적 대비 최대 70%에서 90%(500만불 이하 수출기업은 100%)까지 확대했다. 

 

신규상품 개발에도 주력해 지난해 4월 ‘환수금 없는 옵션형 환변동보험’을 도입했다. 환수금을 없애되 환율단계별로 보상 제한을 두는 상품과 보상 제한이 없는 상품으로 나뉘어져 있다. 손실 회피에 의해 이익 상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보험료율 수준 등에 대해 무협 관계자는 “상품 운용의 안정성, 기업의 이익 등을 감안한 종합적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며 “이들이 마무리되면 중소기업에 보다 실제적인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보는 올해 환변동보험 인수 규모를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조9000억원 규모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김영학 사장은 “일본 아베노믹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환율변동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헤지에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더 내놓겠다”고 밝혔다. 

환변동보험은 은행 선물환과 유사한 시스템이지만 거래한도와 최소가입금액, 손익정산방법, 담보 제공 여부 등 측면에서 중소·중견기업에 유리하다. 연간 비용 0.04% 내외(환수금 제외 등 옵션 아닌 경우)다. 직수출 1000만달러 이하인 무협 회원 중소·중견기업은 연간 100만원까지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자체 등을 통해서도 지원이 이뤄진다.



환변동보험 개념도

보장환율(직선)과 실제환율(곡선) 사이의 면적이 보상금과 환수금 규모   ©중기이코노미

무보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 중 외부적 환헤지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기업이 7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무보 관계자도 “중소·중견기업이 환수금 부담으로 적극적인 환헤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성공적 환헤지 기업을 벤치마킹해 실정에 맞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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