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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조국 장관은 사퇴 발표 전문에서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끝났으며 나머지는 입법권한이 있는 국회의 일이라며, 그때까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퇴 소식에 여론은 잠시 출렁거렸지만, 사퇴로 일단락될 것 같았던 갈등은 조국 없는 ‘조국대전’의 연장전으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여전히 여론의 중심에 있다.
국민들 바람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언론에서는 여전히 주요 뉴스들을 뒤로 한 채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수사와 관련된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조국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벌리던 집회도, 조국 장관의 사퇴로 일단락 됐음에도 명분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려스러운 것은 나라의 한해 살림을 평가하고, 내년 살림을 짜야 할 정기국회 기간에 대부분의 논쟁이 조국 전 장관 관련 이슈로 채워지다 보니 시급하게 다뤄지고 법제화돼야 할 것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불황과 서민경제 침체는 ‘조국대전’이라는 이슈에 묻혀 여론에서 밀려난 지 오래이지만, 위기는 점점 더 증폭되고 온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빚에 참혹한 선택을 하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봄부터 그렇게 치열했던 성장 담론이나 불평등, 복지 문제는 정기국회 동안 이렇다 할 질의조차 보기 어렵고,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경우는 전무하디시피 하다. 꼬여있는 남북관계, 불황의 늪에 빠진 경제, 점점 더 힘들어지는 국민들의 살림살이…, 국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언제까지 조국대전을 이어갈려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몇 차례나 성장률 예상치를 조정했지만 이조차도 달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비상적인 여건 속에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방침을 내놨다.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대통령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 확장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민간 활력을 높이는데 건설투자 역할론까지 언급했다. 대통령과 정부의 위기감이 읽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SOC 예산을 늘리고 건설경기를 부추겨 경제활성화를 해야 한다는 정책은 이전의 역대 정부에서 수도 없이 내놓았지만, 성과보다는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이 더 컸다. 이런 정책을 다시 꺼내 드는 게 타당한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기준금리가 최저치로 낮아진 상황에서 건설경기 활성화가, 가득이나 오르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국회에서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 불용예산을 줄이고 확장예산을 편성하는 것 또한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일정도 빠듯하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선거구 획정 등 패스트트랙을 거친 개혁 안건들은 다시 여야 공방으로 가져가기보다는 표결을 해서라도 법제화하는 것이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국회 운영이다.
더 이상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수사를 둘러싼 논쟁 때문에 국회가 할 일을 방기해선 안 된다. 이제 조국대전은 끝이 났다. 수사는 검찰이, 죄의 유무는 사법부가 밝히면 된다. 국회부터 당장 조국대전을 끝내라. 경제가,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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