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속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젊은 스타트업 대표부터, 기업의 흥망성쇠를 두루 경험한 지긋한 기업인까지. 대부분 두번째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은 나에게 자극을 준다.

많은 ‘을’들 역시 취재대상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프다. 그런데도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그저 그들의 아픈 사연을 들어주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그에 대한 기사를 쓸 뿐이다. 그나마 지면부족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들의 하소연 모두를 기사화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은 들어줘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을들의 이야기, 정치권에서 이제 다루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한물 지나간 이슈로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을들의 목소리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감이나 언론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된 게 아니다. 갑질기업을 국감장에 소환하려는 증인채택 시도는 번번이 불발됐다. 지난해 국정감사 즈음, 논란이 될까싶어 갑질기업 대표는 피해자와 만나 협의하는 모양새를 갖춰 증인명단에서 빠져나간 일이 있었다. 국감이 끝나자, 갑질기업이 국정감사 이전 상태로 돌렸다며 피해자는 ‘결국 이용당했다’고 읊조리듯 말했다. 

연예인만이 잊힘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을들의 이야기, 정치권에서 이제 다루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한물 지나간 이슈로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갑은 반성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이고, 을의 고통 역시 진행형이다. 관심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더이상 을들을 만나지 않는 날이 왔으면 한다. 때때로 생각하겠지만,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날들 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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