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출범해 올해 창립 30주년,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4일 개최한 ‘경제정의와 재벌개혁’ 토론회에서,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김호균 이사장(명지대 교수)은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이 경제 불평등의 심화, 경제정의 훼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호균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재벌 중심 경제성장 체제의 다양한 문제점 중 “경영권 세습을 위해서 편법·탈법·불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이어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재벌의 부동산 투기 등을 지목했다. 

◇경제정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문제=김 교수는 “경제정의가 우리나라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자유주의 30년의 결과로 경제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뉴욕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경제정의에 대한 세계시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김 교수는 또 1980년대의 20:80 사회가 이제는 1:99사회로 악화돼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분석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OECD와 IMF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들까지 나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모든 경제가 당면한 과제”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이들 국제기구가 한국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한국정부에 조언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업과 기업가 동일시하는 관행 문제=김 교수는 “한국의 수출주도 성장이 낳은 또 하나의 혼란은 기업과 기업가를 동일시하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비자금 조성과 같은 기업가의 범법행위에 대해 법적제재를 가하면 기업경영이 곤란해진다는 이유로 선처가 내려진다. 수감 중인 기업가는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출소하고, 횡령을 저지른 기업가도 그 손실을 되돌려 놓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김 교수는 “기업가에 대한 이러한 특혜는 결국 한국경제의 ‘오너리스크’로 귀결됐고, 결국 기업가치의 훼손을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기업가는 당연히 제재를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정한 처벌과 중소기업 보호 필요=김 교수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의 철저한 이행이 필요하며, 동시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등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경우 공정위 고발이 없이는 검찰이 해당기업을 기소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에 따라 중기부 등이 고발요청을 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의무고발제도가 도입됐으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여전히 살아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제도가 피해자의 고발을 통한 피해구제를 막는다고 보고, 전속고발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금 반복되고 있는 ‘솜방망이 처벌’은 사실상 ‘재범 권고’”라고 비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는 헌법규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단지 자금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고발 등 피해구제를 요구할 경우, 파산하기 전에 신속한 재판 등을 통해 피해구제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제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현 정부 들어서도 기존의 재벌 중심 기조가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