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WTO 농업협상, 개도국 특혜 주장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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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WTO 농업협상, 개도국 특혜 주장 안해” 정부 “기존 협상에서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

기사입력2019-10-25 11:0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개도국 특혜 주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개최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안건을 논의한 결과 “우리 정부는 첫째,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에, 둘째,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어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상태에 있고, 향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타결되기까지 상당히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미래 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하여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상당히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히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첫째,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둘째,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한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dl 25일 개최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안건을 논의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익형 직불제 등 농심 달래기 주력=미국은 올해 들어 OECD 가입국 등 4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나라들에 WTO 개도국 지위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WTO에 제출했다. 해당국가가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후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만약에 미국측에서 생각했던 바와 다른 의견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감내해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고, 25일 브리핑에서는 “현 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업분야의 대책을 발표하며 농심 달래기에 힘을 쏟았다.

앞서 농민단체들은 ‘WTO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 철회를 선언”할 것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18일 청와대에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WTO 개도국지위를 유지하느냐, 포기하느냐 판단 문제는 당장에 피해가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장기적으로 통상주권과 식량주권, 통일대비 농정 구현을 위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견지해야 되느냐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미래의 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공익형 직불제 도입 추진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직불금을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하고, 올해 1조4000억원이던 예산을 2조2000억원으로 증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농업재해보험 품목을 확대하고, 채소류 가격안정제 확대 등을 통해 농산물 가격안정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이미 내년 농업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으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농업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에 만전을 기해 나가고자 한다”며, “아울러 앞으로도 농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농업경쟁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가·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