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민화협 정책위원장·EANEI 이사장

하지만 촛불집회는 계속됐다. 다음해 2017년 3월11일까지 모두 20여차례에 걸쳐 매주 진행된 촛불집회에는 최대 수백만명이 참여했다. 광화문은 촛불의 바다가 됐다. 과연 촛불은 시민혁명이었다. 단지 의견을 모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한 행위였지만, 대통령의 탄핵 소추와 가결 후 파면 그리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대사건이다.

“아메리카와 유럽인들은 한국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를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지켜내는지 말이다.”(디 차이트, 2016년 12월14일)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워싱턴포스트, 2017년 5월10일)

더불어민주당은 촛불혁명기인 2016년 12월19일에 ‘촛불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당면 해결과제, 단기·중장기 과제 등으로 나누며 국정교과서 철폐, 정경유착 카르텔 청산, 주주대표소송제 등 경제민주화, 시민의회와 국민소환제 등 시민정치 추진 등 각 분야를 총망라한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필자는 당시 민주당 정책위 상근부의장으로서 촛불의제를 종합해 정책과제로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단기과제가 국정농단에 대한 철저한 응징이라면, 중기과제는 정경유착과 권력기관 담합구조 해체 등 국정농단 시스템을 민주화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에도 검찰개혁은 촛불의 화두였고, 바야흐로 오늘날 검찰개혁은 시대의 화두다.

지난 19일 ‘제10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붙였다.<사진=뉴시스>

그러나 많은 촛불과제가 국회에서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다시피 자유한국당 때문이다. 민생입법이든, 권력기관 민주화 입법이든, 예산이든 할 것 없이 자유한국당은 공론이 아니라 정파이익을 기준으로 국회를 정지시켰다. 이들이 최근 환호작약하는 것은 단 하나, 조국 장관 사퇴라는 전리품이었다.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흘리기와 언론의 가짜뉴스는 지난 두달간 수구보수를 들끓게 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조국 장관은 사퇴했다. 자유한국당은 동물국회 주동자들과 조국 장관 사퇴에 공을 세운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줬다.

공수처법의 입법은 기약이 없게 되고 있다. 그러나 촛불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촛불은 현재 무소불위의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검찰개혁의 본령, 공수처법의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국사태’와 별도로, 지난 며칠간 천인공노할 뉴스가 몇몇 언론과 미디어의 일면을 장식했다. 물론 보수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거나 왜곡했던 뉴스다. 바로 계엄령 문건 원본이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지 않을 시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면, 수백대의 장갑차와 탱크로 도심의 요지를 점령하고 시위 참여자를 과감히 진압한다는 계획서였다. 이것은 국가 소요로 적이 노릴 수 있으니 미연에 사수한다는 위수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탄핵이 부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는 점도 의아스럽거니와, 이것은 촛불 시민을 적으로 여기고 민주주의를 총칼로 짓밟자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촛불정권의 군경합수단이 이를 인지하고 수사했으며, 핵심 증인의 도주로 사건을 미제종결시켰다는 점이다. 일어나지 않았다고 범죄가 아닌가. 그 계획이 만약 실현됐다면 무참히 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코 종결될 수 없는 사건이다. 권력자 누가 지시했고, 누가 동조했으며, 누가 실행준비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심지어 어떤 근거에서 탄핵이 부결될 것으로 확신했는지도 알아야겠다. 촛불을 거역하고 어떤 나라를 꿈꾸는지도 밝혀야 한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도주했다면 손놓을 일이 아니라 정보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잡아와야 할 일이다. 누가 촛불을 군홧발로 짓밟자고 했는가. 그리고 누가 아직도 촛불을 짓밟고 있는가. 촛불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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