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부족과 환경문제 그리고 개인적 신념 등에 따른 대체식량 필요성이 최근 대두됨에 따라, 대체식품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와함께 기존산업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대체식품 관심 증가…산업확대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박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개최한 ‘2019 푸드테크 트렌드 세미나’에서 “연구결과, 소비자들은 대체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건강증진, 자원·에너지 절약, 환경개선, 가축질병 감축 등 사회적 관점에서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소비자들의 소비 의향도 높은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대체식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96억2000만달러이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9.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식품의 핵심기술은 식물이나 곤충에서 단백질을 추출 및 발효·가공하는 것이다. 세계인구 증가와 도시화, 벤처투자 증가, 식품기술 혁신, 영양가치, 식습관의 변화 등은 이러한 기술의 개발과 대체식품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국내 식품산업 관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체식품 관련 키워드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많이 언급됐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고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는 등 식품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동물복지나 윤리성 문제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박 박사에 따르면, 대체식품 유형별 시장규모는 식물기반 대체식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대체식품 시장에서 식물기반 제품 87.2%, 곤충제품 6.3%, 해조류 제품 5.4%, 미생물 제품이 1.1%를 차지했다. 

식물기반 제품은 식물성 고기, 식물성 계란, 식물성 우유 및 음료 등을 말한다. 식물성 기반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배양육은 2021년부터 미트볼, 버거, 소시지 등으로 제품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 교수는 현재 유사육류 시장규모는 10억달러이며, 향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중 미국이 3억8000만달러로 세계 유사육류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체식품 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초기에는 10만달러 내외의 엔젤투자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이후 1000만달러 이상의 벤처투자를 받고 최대 1억달러를 초과하는 투자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유니레버나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은 대체식품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대체식품 시장 진입이나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베이징 싼위안푸드도 지난해 대체식품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중소규모 업체 및 스타트업이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앤 컴퍼니는 단백질 성형 압출 특허기술을 보유, 국내 대기업과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세프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디보션푸드도 식물성 고기 기술을 보유하고 내년부터 식물성 고기를 판매할 예정이며, 순식물성 대체식품 연구개발 스타트업 ㈜더플래닛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 중에는 롯데푸드가 유일하게 대체식품을 개발해 올해 1월 엔네이처 제로미트 ‘너겟’과 ‘가스’ 2종을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동원F&B는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비욘드버거의 독점판매권을 구입해 올해 3월부터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대체식품 사업화…기존산업과의 갈등도 우려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박사는 “대체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 의향도 높은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식물성 제품에 고기·마요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데, 기존 업계와의 갈등도 발생한다. 미국의 저스트社는 식물성 계란제품을 이용한 마요네즈를 생산하던 중 유니레버社가 제기한 용어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식물성 계란을 사용한 제품에 마요네즈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고기(meat)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국가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콩, 두부 등 식물성 제품을 사용한 제품에 우유나 버터 용어 사용을 규제했고, 지난해 프랑스는 식물성 제품에 전통적인 동물성 식품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농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미주리주도 식물성 고기에 고기 용어를 규제하고 있다.

새로운 식품에 대한 안전성 관리와 표시문제도 있다. 세포배양고기에 대해 배양육의 세포배양 과정과 식품가공 과정에 대한 안전성 관리감독 관할권 논란이 있으며, 식물성 고기의 원료로 이용되는 식품의 알레르기 유발성분이 함유된 경우 표시 문제도 남아있다.

국내의 경우 대체 축산식품 시장규모가 아직 작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없지만,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존 이해관계자인 축산업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박 박사는 “국내 대체식품 시장은 채식주의자 대상의 협소한 규모이지만, 국내외 시장을 겨냥해 일부 스타트업은 원천 소재 및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맛·식감·향 등 소비자 활성화 요소를 고려한 원천 소재와 기술을 확보한다면, 푸드테크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산 농산물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식품 시장이 확대되면 기존업계와의 갈등이 빚어지거나, 새로운 대체식품에 대한 용어·정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및 새로운 식품의 용어 정의 등 법과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해외에서 이미 발생한 문제와 대처법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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