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지소미아 빅딜 생각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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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지소미아 빅딜 생각 없을 것” 전범국 일본, 해법 받아들일 가능성 낮고 한일갈등 장기화 전망

기사입력2019-10-29 08:51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빅딜을 할 생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28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한일관계 국제 학술회의 ‘한일관계의 위기와 해법-대안은 있는가’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 측은 수출규제와 화이트국가 배제를 철회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빅딜을 할 생각이 없다.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런 의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동시에 철회하고 강제동원 문제는 양국이 만나 협상테이블에서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기호 교수는 “토탈로 해결이 된다면 베스트”라면서도, 이 해법을 일본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또,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이 장기화된 원인으로 일본과 한국의 시각차를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일본은, 강제징용 해법에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고 원상복귀하는 것”에 우선순위가 있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관심 또한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양측의 의견이 엇갈려 쉽사리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 교수는 “일본 측은 정부나 기업이 돈 한푼도 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봤다.

반면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강경화 장관의 “사법 프로세스가 온전하게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란 발언을 소개하며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개입할 수 없고,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28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한일관계 국제 학술회의에서, 일본 측은 수출규제와 화이트국가 배제를 철회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빅딜을 할 의사가 없다고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재판·중재는 해법 아냐, 정치적 타결로 해법 도출해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양 교수는 한일 양국이 정치적 타결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방안이나,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한일청구권협정 상 제3자를 포함한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재판으로 가면 도저히 질 수 없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양국간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나이가 이미 90대에 달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구성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양 교수는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1910년 강제병합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한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한일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차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강제동원의 성격이나 피해자의 권리 등 연결되는 문제를 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한국정부가 부분적으로 역할을 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기업들이 먼저 기금을 조성하도록 한국정부가 환경을 조성하고, 한국정부가 기금을 조성하면 거기서 이미 판결이 난 부분, 약 100억원에 대해서 지급을 해나가는” 방안을 우선 마련한 뒤, “이것을 한국정부가 완전히 개런티해주면, 일본기업이 완전 확인한 다음에 동시에 들어오는” 식으로 보상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양 교수는 발표문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협력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진정성이 담긴 노력이 필요하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정부, 일본기업의 사죄와 보상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공동기금에 일본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