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기기 시장은 대형업체와 영세업체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규모 100억원 이상 업체는 86개로 전체의 3.3%에 불과했으나 국내 의료기기 총생산액의 62.9%를 차지했다. 반면 생산액이 1억원 미만인 업체는 1389개로 53.3%에 달했지만,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의 0.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영세한 의료기기업체들의 경우 의료기기 생산에 필수적인 GMP 심사를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만들거나 판매되는 모든 의료기기는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을 따르도록 의료기기법이 정하고 있다.

GMP심사는 식약처 또는 지방 식약청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품질관리 심사기관들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제조 또는 수입 의료기기가 이 기준에 적합한지를 인정받기 위해 최초에 시행하는 최초심사 뿐만 아니라, 3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갱신심사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제조소별로 다른 품목군의 의료기기를 추가하는 경우 추가심사를 받아야 한다. 제조소의 소재지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장소에 따라 적합성 평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제조 또는 판매할 수 있으나, 보완 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경우에는 제조 또는 판매를 할 수 없다. 최초심사가 아니라 갱신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이미 판매된 제품의 수거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부적합 판정으로 인한 손해가 더욱 커진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21일 ‘의료기기 품질관리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지난 21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개최한 ‘의료기기 품질관리 설명회’에서 유성민 의료인증센터 선임연구원은 “2007년 시행 이후 의료기기업체들의 GMP 심사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면서도 아직까지 심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로 재심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우선 신청서를 작성할 경우 회사의 대표자 명의로 신청을 해야 한다. 품질관리자 명의는 인정받을 수 없다.

또 허가 또는 신고한 제품에 대해 1개 이상의 품질관리 실적이 있어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허가를 위한 시험용 의료기기도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 연구원은 “변경이나 갱신 심사 시 제조 실적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품질관리 심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GMP 심사를 신청할 때는 제조소의 정확한 주소를 기재하는 것이 필수다. ‘OO빌딩 5층’과 같은 신청서의 경우 보완 또는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정확하게 ‘OO빌딩 5층 501호’와 같이 표기해야 한다.

수입업체의 경우는 해외에 있는 제조업체의 제조소 소재지 변경이나 제조자 변경에 주의해야 한다. 유 연구원은 “본사가 미국 LA에 있는데 현장심사를 나가보니 공장은 멕시코 칸쿤에 있는 경우”를 예로 들며, 외주 생산기업의 제품을 수입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조 또는 수입업의 허가사항을 임의로 변경한 경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 연구원은 “원자재나 재료의 성분이나 규격이 허가 시와 달라지는 경우”를 예로 들며, 제품성능·구조 또는 사용목적의 변경, 제조공정의 변경 등이 모두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기와 외부포장의 기재사항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료기기의 경우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가 법에 정해져 있어 준수해야 한다.

첨부문서에는 제품의 사용법과 주의사항, 보관방법, 기준규격상 기재된 내용 등이 기재돼 있어야 한다. 일회용인 경우는 ‘일회용’과 ‘재사용 금지’를 표시해야 한다.

품질매뉴얼의 경우 제품 변경 시 내용을 즉시 반영해야 하며, 매뉴얼의 근거가 되는 외부출처문서도 함께 보관해야 한다. 유 연구원은 “갱신심사를 나갔는데, 2007년 GMP 시행 이후 최초심사를 받던 당시의 법령 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경우를 봤다”며 “외부출처를 관리하라는 것은 변경된 의료기기법이나 관련규정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품질매뉴얼 문서가 변경될 경우에는 임의로 폐기해서도 안된다. 문서와 기록은 법에 따라 5년 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변경 시 구 문서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제품 생산을 위한 클린룸 관리 역시 작업장과 작업자에 대한 문서화된 세부절차를 구비해야 하며, 유지기록도 관리해야 한다. 유 연구원은 “클린룸 관리의 경우 외부기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외부기관이 제공하는 성적서를 보관만 할 것이 아니라 내용을 확인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장비 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시험장비의 경우 교정주기를 준수해야 한다. 소홀히 관리하다 심사에서 적발되면 시중에 판매된 제품의 수거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현장에서 흔히 이용되는 계측기들의 경우 정밀 장비가 아니면 대개 권장주기가 1년이기 때문에, 이 주기에 맞춰 교정 등 장비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유 연구원은 “기록은 소수점 세자리까지 기록을 남겼는데, 보유한 계측기는 소수점 2자리까지 측정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장비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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