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광군제’, 중국 최대 쇼핑축제가 11일 열렸다. 광군제는 2009년 알리바바가 11월11일을 싱글들을 위한 쇼핑의 날로 지정한 이후 11년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함께 세계적인 쇼핑축제로 꼽힌다. 광군제는 올해 또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11일 하루 거래액만 2500억위안(약 41조6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첫 광군제 판매액(5200만위안)보다 4200배이상 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1월1일부터 시작된 코리아세일페스타가 22일까지 계속된다. 제조·유통분야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소비자에게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는 전국 차원의 쇼핑축제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는 국가대표급 쇼핑행사임을 보여주기 위해 대헝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할인행사, 면세점 특별프로모션, 온라인쇼핑몰의 다양한 테마 할인행사 등을 기획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코리아세일페스타 홈페이지에 게시된 소비자 후기를 보면 쇼핑축제 분위기는 전혀 엿볼 수 없다. 오히려 ‘축제를 빙자한 사기’라는 내용의 비난 글로만 가득 찼다. 이들의 불만은 주로 인터넷 판매가격보다 높거나, 그리 크지 않은 할인 폭에 집중됐다. 13일 오전 현재, 홈페이지에 후기를 작성한 소비자가 수십명 수준임으로 감안해도,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가 흘려들어서는 안될 얘기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거래실적은 늘지 않고, 낮은 할인가 논란 역시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업체는 451개로 2015년보다 3.9배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주요 참여업체의 매출은 오히려 2200억원 감소했다. 특히 2018년 매출은 4조2378억원으로 2017년(10조8060억원)에 비해 6조5682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매출은 전년대비 60%이상 줄었고, 민간소비지출이나 GDP 증가분도 미미했다. 

여기에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대형유통업체만 배불리는 정책이란 비판도 나왔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는 유통업체의 절반(49%)이 백화점(25.6%)과 홈쇼핑(24.2%)이다. 이들은 재고처리 등의 리스크를 중소납품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특약매입·위수탁 계약을 체결한다. 이런 이유로 최인호 의원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중 매출증가에 따른 과실이 중소납품업체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지난 5년간 국가예산 195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주도했지만 사업성과가 미미하자, 올해 민간기구인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로 사업을 이양했다. 그럼에도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기는커녕, 그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하나마나한 세일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대한민국 최대 쇼핑행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무런 특징도 없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앞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사회의 활력과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행사를 민간에 이양했다면, 예전과 달리 차별적인 아이디어가 뒷받침됐어야 했다. 그럼에도 재고상품을 마치 세일하는 것처럼 판매하거나, 온라인 판매가보다 비싼 가격, 해마다 반복되는 소비자 불만만 더 키웠다. 

높은 물가에 한숨짓는 소비자,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중소기업, 이들 모두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미 중반을 지난 종반으로 치닫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최측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를 포함 소비자 여론을 좀더 엄중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해 1주일이상 남은 기간 중 수정·보완을 통해,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잘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년에는 보다 완성도 높은 기획·준비를 통해, 중국 광군제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쇼핑축제를 만들어주길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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