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확산에 따른 디지털 소외 우려는 민간분야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올해 초 공개한 영상에서, 패스트푸드 매장의 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음식주문을 시도한다.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지 못해 조작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흔히 ‘키오스크’라 불리는 무인단말기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됐다. 키오스크란 단어는 본래 야외에 설치된 천막이나 정자 같은 구조물을 지칭했으나, 현대에 들어 신문가판대 등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변했다.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  

ICT 강국인 한국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빠른 주문과 빠른 결제, 짧은 대기시간을 원하는 한국인의 기질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박막례 할머니 사례처럼, 누군가에게는 키오스크 사용이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사용법을 익히지 못하는 단순한 차원이라면,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고연령자가 알아보기 힘들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높이에 설치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소외’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가 된다. 

19일 민주당 김성수 의원·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국회 융합혁신경제포럼·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9년 정보접근성 세미나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에서, 노석준 성신여대 교수는 금융과 행정 등에서 사용되는 무인단말기만 현재 14만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패스트푸드점 절반 이상 키오스크 도입

가장 많은 무인단말기는 금융기관의 ATM으로 13만3390대에 이른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 무인민원발급기는 3904대에 달했다. 2018년 현재 공항의 무인발권기도 175대다. 

민간 분야의 무인단말기 활용은 더욱 급속도로 늘었다. 노석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국내 패스트푸드점 절반 이상이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영화관과 교통·의료 등 활용도가 급증하는 가운데 키오스크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800개 표본을 대상으로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이 규정한 35개 요구사항 준수여부를 조사한 결과, 접근성 준수율은 평균 45.5%에 그쳤다. 

접근성 준수율…민간(45%) vs 금융기기(67%) vs 행정민원발급기(56%)

국가표준인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은 2016년 산업표준심의회가 만들었다. 공공단말기 설계기준인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장애인과 고령층은 물론 “일시적인 장애가 있는 사용자(예: 팔이 부러지거나 안경을 잃어버린 개인)”나 “주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는 사용자(예: 시끄러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느라고 두 손을 쓸 수 없는 사용자)” 역시 단말기 사용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손으로 조작이 가능해야 하며,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저시력이나 색각 이상자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돼야 한다. 음성출력 시스템은 이어폰 단자와 함께 제공돼야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결과 금융자동화기기는 가이드라인 준수율이 67.2%로 비교적 높았고, 행정민원발급기 역시 56.8%로 높은 준수율을 보였다.  

민간단말기 설계기준 등,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어

노석준 교수는 디지털 소외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접근성을 담당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노석준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국가정보화기본법 등을 개정해 정보접근성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변화되는 IT기기와 IoT 등 정보접근성 이슈를 포괄할 법률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노석준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는 컨트롤타워가 하나 있었다. 거기서 정보접근성 관련된 정책을 시행했었다”며, 이후에는 정부기능이 분산돼 여러 부처에서 복합적으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침 하나를 마련할 때도 업무협조를 해야 하는데,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보니까 홀딩되고, 추진력있게 진행되지 못한다”며, 정보접근성 문제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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