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여느 도시처럼 원주시에도 재래시장이 존재한다. 자유시장 등 원주의 대표 시장들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권변화, 대형매장의 진입으로 휘청거렸다. 재래시장 경영상황이 수년째 나아지지 않으면서, 재래시장 공동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지역여론은 지역경제에서 한때 큰 형님 역할을 해오던 재래시장의 쇠퇴를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 언론이 나서 재래시장 번영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식의 특집기사를 쏟아냈다. 자치단체도 예산을 지원해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각종 시설을 지원했다.

원주에 있는 대표적인 지역신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방향을 바꿔, ‘재래시장 지원 무용론’을 제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과 같은 기조로 예산만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오랜 기간 예산과 행정 지원에도 시장 활성화가 안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당연히 상인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역신문은 제 역할을 했다. 혈세를 수시로 지원해서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시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신문이 예산활용의 ‘적절성과 시기성’이란 기준을 들이대는 건 당연하다. 

최근 용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용인의 대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상인들은 소비자가 시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차공간 확보를 용인시에 요청했다. 이에 맞춰 용인시는 공공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용인 시의회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재래시장 활성화의 기본은 주차공간 확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찾을 이유가 있으면, 걸어서라도 찾아온다는 논리였다. 재래시장이란 그릇에 무엇을 채울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고, 포장에만 집중하는 행정에 일침을 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일 경기도와 도내 11개 시군이 ‘대규모점포 입지개선 협약’을 체결하고,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사진=경기도>

최근 경기도와 수원시 등 도내 11개 시·군은 ‘대규모 점포 입지개선 협약’을 맺었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제한하는 등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통해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선 사례는 전국 최초라 자평하는 등 자신감도 내보였다. 협약에 따르면 경기도와 11개시는 지역여건에 맞는 대규모점포 입지 관리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다. 행정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내년 말까지 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대규모쇼핑몰 입점은 제한된다.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대규모 점포 입지를 규제함으로써 지역상권을 지키고 살릴 뿐 아니라, 나아가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필요성 역시 공감 100%다. 그럼에도 약간은 불안하다. 정부나 자치단체를 통한 충전식 지원은 분명 고갈될 수밖에 없다. 재래시장뿐 아니라 골목상권 스스로도 경쟁력을 갖춰 생존할 수 있는 자가발전력을 키워야 한다. 

자가발전의 이유는 분명하다. 생존법칙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버릴 것은 버려야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 소상인들이 버릴 것은 상인으로 자존심이 아닌 ‘누군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패배의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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