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동수·김재원 의원과 한국중소기업학회가 11일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중소기업학회가 11일 개최한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전략’ 세미나.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벤처기업 투자지원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책’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엔젤투자와 창업초기 투자에 집중돼 있다”며 “데스밸리와 스케일업 단계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민간출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민간출자는 2017년 2조8060억원에서 지난해 3조1155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벤처투자시장 주요 지표인 ‘신규 벤처투자’, ‘벤처펀드 결성’, ‘회수총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책금융 지원금액은 2017년 1조8027억원, 지난해는 1조5713억원 수준이다.

국내 벤처펀드 중 모태 출자펀드 비중 73%

우리나라는 전체 벤처펀드 결성규모대비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 출자펀드 규모가 크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20조1417억원이며, 이중 모태 출자펀드 비중이 73%(14조6779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유 교수에 따르면, 2014년기준 한국의 전체 벤처펀드 금액 중 모태펀드 비중은 60%다. 독일(43%), 일본(36%), 중국(25%), 미국(11%)보다 월등히 높다. 정부의존도가 높고, 투자자의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엔젤투자자 수가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미성숙할 뿐 아니라, VC분야에서 역량도 부족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지원이 미흡한 투자 사각지대 존재한다

다양하고 많은 규모의 투자에 비해 지원이 미흡한 단계가 존재하는 점도 문제다. 국내 엔젤투자 및 액셀러레이터의 평균 투자규모는 보통 1억2000만원에서 2억원 사이. VC의 창업 3~7년미만 투자금액은 약 10억2000만원에서 15억2000만원 사이. 엔젤투자와 VC투자 사이 공백구간이 존재해, 이 구간에 속하는 기업은 투자 사각지대로 남는다. 

유 교수는 투자 사각지대 공간을 채워줘야 한다고 했다. 창업 초기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 투자가 대부분이고, 어느 정도 준비된 기업에게 정부가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창업기업 90%는 이 단계에서 소멸된다. 

스케일업 투자에 과감한 평가와 지원 필요

신생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첫 번째 도산 위기인 데스밸리(death valley) 단계 지원도 미흡하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일부 보완하지만, 보증기금 부채도 있고 신용도 역시 미흡한 데스밸리 단계 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특히 10억원~30억원 규모의 지원이 필요한 스케일업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 단계의 투자는 성공률도 높고 수익률도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적지 않아 과감히 나서는 투자자가 여전히 부족하다. 유 교수는 이 단계에서 과감한 평가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비효율적인 관리방식도 지적했다. 지원금 중심의 투자는 관리에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 역시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정부지원을 악용한 기업을 적발해도 처벌이 미약해, 오남용 사례를 막기 어렵다. 영국과 같이 세제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사후관리를 간소화하는 방법도 있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너무 많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우수기업을 선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게 유병준 교수의 제안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