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두 가지 현황이 눈길을 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8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와, 앞서 1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발표한 ‘유니콘 기업 선정 명단’이다. 단어가 다소 생소하다. 기업생멸이란, 쉽게 말하면 기업의 창업과 폐업 통계를 말하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조원(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이 두 발표의 결과만 정리하면, 창업기업 10곳 중 7곳은 5년을 버티지 못했고, 폐업한 기업 75%의 연매출은 5000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이를 놓고 보면,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에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외뿔의 ‘유니콘’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이번에 중기부가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선정한 유니콘 기업은 모두 14곳이다. 선정업체를 보면, 아기상어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교육 콘텐츠 기업 ‘스마트 스터디’ 등 콘텐츠 업체 2개사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업체 3개사 ▲바이오 업체 2개사 등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이나 수요자금 규모에 따라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특별보증으로 빌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창업에 나선 소상공인들을 ‘선택’하는 것을 머뭇거린다. 10명 중 7명은 5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서, 유니콘 기업처럼 아이디어로 미래 경쟁력을 키울 것을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런데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활동기업은 전국적으로 625만개로 2017년 605만여개와 비교해 3% 가량 늘었다. 이중 개인기업이 90%를 훌쩍 넘는 559만3000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대비 3.0% 늘어났다. 법인 기업 역시 지난해 대비 5.7% 증가할 만큼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서 관심을 가질 부분은 소멸기업, 쉽게 말해 망하는 기업이다. 자료를 보면 2017년 소멸기업은 전년대비 11.5% 증가한 69만8000개로, 특히 창업 뒤 5년 간 살아남은 기업은 4곳 중 1곳에 그쳤다. 전체 신생업종 중 1년 생존율이 62.4%, 5년 생존율은 27.3% 정도란 의미다. 

이를 두고 언론은 경기침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헐거운 관점을 조여보자. 산업별 현황이다. 기업의 5년 생존율을 보면 금융·보험업과 예술 스포츠·여가업은 20%를 넘지 못한다. 특히 금융업의 경우는 전체 대비 절반이 1년을 간신히 넘긴다. 한때 각광을 받은 업종들이 시대 흐름에 맞춰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다. 덮어놓고 경기침제라고 말할 수 없는 단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인 1조원은 쉽게 감이 오질 않는다. 어렵지 않게 한번쯤 들어본 롯데칠성이나 현대상선, 녹십자홀딩스와 같은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12일 코스피 기준).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수치다. 창업한지 몇 년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준하는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고, 미래가능성이 수치로 환산된 것이다. 정부가 이들에게 특별보증이란 특혜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이유도 그들이 직접 만든 경쟁력 때문일 것이다.

같은 업종을 하더라도 누구는 성공하지만 누구는 철저히 실패를 한다. ‘목 좋은 자리’라고, 창업이 곧 대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허허벌판에서도 성공신화는 나오기도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디어 경쟁은 생사를 담보로 한 전쟁과 다름없는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창업에 나선 소상공인들을 ‘선택’하는 것을 머뭇거린다. 10명 중 7명은 5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서, 유니콘 기업처럼 아이디어로 미래 경쟁력을 키울 것을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 정부의 기대가 외국 어느 나라의 신화에 나오는 신비롭고 아름답다 한 유니콘 탄생에만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한 절대 조건은 분명하다. 개천 물이 마르면 안 된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 수요와 공급 원칙만을 따져 지원할 문제도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진짜 용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알짜 소상공인이라면, 불필요한 규제로 이들의 애를 태우지 말고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비록 유니콘처럼 우아하지는 못하지만 건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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