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배상규모가 손실액의 최대 41%로 정해졌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통화옵션계약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해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정을 신청한 총 4개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는 손실액의 최소 15%, 최대 41%로 정해졌다. 이에 따른 기업별 손해배상금액은 최소 7억원, 최대 141억원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은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키코 통화옵션상품은 수출대금의 환율변동 위험에 대비한 헤지수단이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 정해둔 금액에 달러화를 파는 옵션계약의 일종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 있을때 효과적이나, 환율 급등 상황에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007년부터 2008년 사이 약 900개 가량의 기업이 국내은행 14곳과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2008년 3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키코 피해기업들은 다양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는데, 2012년 대검찰청은 키코 판매은행에 대한 사기혐의 고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사에서는 대법원이 2013년 23개 기업에 대해 총 105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사기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불완전판매 관련해서만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기업에 대한 피해구제를 권고했다. 2018년 금융당국의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에 따라, 그해 7월 4개 키코 피해기업이 분쟁조정을 신청하게 됐다.  

위원회는 4개기업 분쟁조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에서 사례별로 인정된 키코 판매과정의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서만 심의했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부인된 계약자체의 불공정성 및 사기성 여부”는 이번 조정의 심의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심의결과, 위원회는 판매은행들이 4개 기업과 키코계약 체결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했다고 봤다. 또 환율상승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고려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기업과 은행 등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 신청기업 이외의 나머지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정결정이 성립된 후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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