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세계적 수준의 첨단 제조혁신 기지, 예를 들어 중국의 심천이나 미국의 보스턴 같은 주요한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겠는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중소기업연구원이 13일 공동으로 개최한 ‘뿌리업종·지역 전통산업 기반 중소기업 현황과 향후과제’ 세미나에서, 인천대학교 이찬근 교수는 이런 의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대도시가 R&D와 제조, 지식서비스가 동반 배치되는 광역 산업기지로 자리잡아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수도권에는 이미 R&D와 제조, 혁신역량을 갖춘 대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 기업들이 가장 많이 위치한 지역도 수도권이다.
이찬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뿌리기업은 2만5000개에 달하는데 이 중 1만3000개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전용인 반월·시화·남동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전국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60%가 모여 있는데,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25%가 주조·금형·용접 등의 뿌리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기업 수가 많지만, 이들 중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자립형 기업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종사자 수가 25만명에 달하지만, 연구기술직은 10%로 파악되고 있다. 이찬근 교수는 “미래지향적 연구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천대학교 이찬근 교수는 수도권 지역의 여러 산단들을 하나의 광역권으로 묶어, 뿌리산업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현안과제로는 환경오염, 품질결함, 에너지다소비, 생산최적화를 꼽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접목, 공정 스마트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행정구역 단위 넘어 광역접근 필요=이찬근 교수는 이런 수도권 지역에서 지금까지 “광역적 접근이 부실했던 것 같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정부의 재정운영이 수직적으로 운영돼 왔다. 위에서 아래로 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역 주도로 새로운 기획을 하는 경험이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광역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했다. 서울과 시화, 서울과 안산, 서울과 부천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는 충분히 구축돼 있다. 그러나 부천과 안산 등 공단과 공단 사이의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찬근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안산, 시흥, 화성, 부천, 인천의 여러 공단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서해안 광역권 구상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도의 혁신성장 관점에서 bottom-up 광역화를 추진해보자는 취지다.
광역권 구상은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의 항만과 공항을 통한 물류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산학협력의 중점대학들이 이 지역에 다수 위치해 있다. 또 서울과 경기도를 테스트베드이자 수요시장으로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식서비스와 혁신지원 기능을 유치할 수도 있다.
이찬근 교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중소기업 R&D 지원과 더불어, 대학과의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원의 분원을 이 지역에 유치하고, 생산기술연구원 등을 앵커기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광역권 지자체가 공동으로 출자한 광역투자은행을 설립해, 광역인프라 조성사업을 전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을 수요 대기업과 연계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산업기술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뿌리기업인 모임을 광역단위로 연결시켜,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대형화를 위한 M&A 기회 발굴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기co-이슈
중기co-비즈
객원 전문기자 칼럼
알림설정
독자의견
총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