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시큐리티 회사(IT 보안업체)가 앞으로 5년 내에 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겠는가?”

최근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4조7500억원에 인수한 사례를 두고, 스파크랩 이한주 대표가 던진 질문이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 안랩이 공동으로 국내 정보보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Security Meetup WAVE 2019’에서, 이한주 대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세계 대기업들이 쓰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IT(기업형 IT) 예산이 4000조원에 달하고, 이 중 보안을 위해 매년 집행되는 돈만 140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주목한 분야는 클라우드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 현재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하나같이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산업은 이미 규모가 커져 있고, 보안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주 스파크랩 대표는 기업형 IT가 클라우드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보안 프로세스와 툴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며, 보안 스타트업에는 이것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1억명의 개인정보 유출, 클라우드 보안 부각=올해 7월, 미국의 대형은행 ‘캐피탈 원’에서 1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연간소득, 계좌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대거 유출된 것이다.

이한주 대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각종 정보를 퍼블릭 클라우드에 올려둔 회사였다. 당연히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발생한 보안문제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해킹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기술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결국 “클라우드가 대세이고, 앞으로 클라우드로 가냐 안가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언제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이어서 “클라우드에 가면서 기존에 있던 보안 프로세스와 툴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기술영역에서는 IT 보안을 위해 벽을 쌓는 방식을 이용했지만, 클라우드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벽을 쌓을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이한주 대표는 “엔터프라이즈(기업형) IT에서도 기존의 강자들, IBM이나 오라클 다 흔들리고 있다. 보안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보안기업들이 다 흔들리고 있다. 이 빈 공간을 누가 채울 것이냐, 스타트업이다”며, 보안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스타트업 “한가지 환경에 집중하는 것 위험”=그러나 클라우드 문제 해결에 나선 보안 스타트업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한주 대표는 “어느 한 이슈, 어느 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이슈를 너무 깊게 파고드는 스타트업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클라우드 환경 선두기업인 아마존이나 MS, 구글 등이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보안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해킹 시도가 많아 데이터도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AI 전문가도 제일 많아서 분석도 제일 빨리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표는 “각 회사들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이슈는 지금은 못 푼다고 해도 아마 몇 년 사이에 다 풀 것이다. 지금 당장은 못 풀어도 어느 순간에는 해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별 클라우드 환경에 집중하는 기업들을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다.

때문에 보안 스타트업들은 특정 환경에서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대신에, 여러 클라우드 환경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업들의 보안문제를 해결해주는게 핵심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다양한 클라우드나 여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쓰는 기업들에, 각 서비스를 관리하고 보안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게 보안 스타트업에 기회의 영역이란 것이다.

그는 보안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덧붙였다. “우리가 정말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먼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거기에 맞는 보안 솔루션을 사줘야, 한국의 보안산업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투자가 아니라고 했다. 돈이 되는 분야라면 결국 민간기업들이, VC들이 투자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해줘야 할 역할은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민간기업들의 보안 솔루션을 직접 구입해 사용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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